2024/12 6

두 파산 - 염상섭 -

두 파산                                                   - 염상섭 -  1   어머니, 교장 또 오는군요. 학교가 파한 뒤라 갑자기 조용해진 상점 앞 길을, 열어 놓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고 등상(凳床)에 앉았던 정례가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다본다. 그렇지 않아도 돈 걱정에 팔려서 테이블 앞에 멀거니 앉았던 정례 모친도 저절로 양미간이 짜붓하여졌다. 점방 안에서 학교를 파해 가는 길에 공짜 만화를 보느라고 아이들이 저편 구석 진열대에 옹기종기 몰려섰다가, 교장이라는 말에 귀 번쩍하였는지 조그만 얼굴들을 쳐든다. 그러나, 모시 두루마기 자락을 펄럭이며 우둥퉁한 중늙은이가 단장을 짚고 쑥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저희끼리 눈짓을 하고 킥킥 웃어버린다. 저희 학교..

한국단편문학 2024.12.31

종탑 아래에서 - 윤흥길 -

종탑 아래에서                                                                               - 윤흥길 -1. “대미를 장식헐 만헌 순애보라고 내 입으로 말허기는    약간 거시기헌 구석이 있지마는…….”   인테리어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건호였다. 묵비권이라도 행사하듯 내내 잠자코 앉아 남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그가 뜻밖에도 자진해서 마지막 이야기 순번을 떠맡고 나서자 그에게도 입이 달려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좌중은 깜짝 반가워했다.    “반세기가 지나가드락 영 잊혀지지 않는 소녀가 있다면    혹시 순애보 계열에 턱걸이로라도 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묵적보살처럼 입이 천근이기로 소문난 최건호가 절대로 허튼소리를 할 리 없다고..

한국단편문학 2024.12.24

수난이대 (受難二代) - 하근찬 -

수난이대 (受難二代)                                                                   - 하근찬 -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 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다 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몰씬몰씬 피어오르며 삐익 기적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

한국단편문학 2024.12.17

가을과 사냥 - 이효석 -

가을과 사냥                                                                - 이효석 -   화단 위 해바라기 송이가 칙칙하게 시들었을 젠 벌써 가을이 완연한듯하다 해바라기를 비웃는 듯 국화가 한창이다. 양지쪽으로 날아드는 나비 그림자가 외롭고 풀숲에서 나는 벌레소리가 때를 가리지 않고 물 쏟아지듯 요란하다. 아침이나 낮이나 밤이나 그 어느 때를 가릴까. 사람의 오장육부를 가리가리 찢으려는 심산인 듯하다. 애라에게는 가을같이 두려운시절이 없고 벌레소리같이 무서운 것이 없다. 지난 칠년 동안 - 준보를 알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 어느 가을인들 애라에게 쓸쓸하지 않은 가을이 있었을까. 밤 자리에 이불을 쓰고 누우면 눈물이 되로 흘러 베개를 적신다.    "사랑..

한국단편문학 2024.12.10

비오는 날 - 손창섭 -

비오는 날                                                                 - 손창섭 -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면 원구(元求)의 마음은 감당할 수 없도록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동욱(東旭)남매의 음산한 생활 풍경이 그의 뇌리를 영사막처럼 흘러가기 때문이었다.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원구는 으례 동욱과 그의 여동생 동옥(東玉)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들의 어두운 방에 쓰러져 가는 목조 건물이 비의 장막 저편에 우울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비록 맑은 날일지라도 동욱이 오누이의 생활을 생각하면, 원구의 귀에는 빗소리가 설레이고 그 마음 구석에는 빗물이 스며 흐르는 것 같았다. 원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욱과 동옥은 그 모양으로 언제나 비에 젖어있는 인생들..

한국단편문학 2024.12.03

털머위

털머위 2024년 11월 27일요즘에 노오란 "털머위"가 한창이다.잎이 넓고 두꺼우며 비교적 반짝빤짝윤이 나는 상록 다년초이다.키 높이가 30-70cm 정도로 크다.꽃은 9-11월에 피는데 화경이 4-6cm이고지구온난화 때문인지 겨울에도(12월) 꽃을 볼수가 있다.주로 해안가에서 볼수가 있는데약간의 부엽질이 혼합된 토양에습기가 넉넉한 반그늘지역이면 어디서나 잘 자란다. 우리동네는 인도(人道)와 차도(車道)사이의 공간(화단)여기저기에 심어놓아 오고가는 사람들의눈이 호강하고 있다. 봄에 피는 머위는 나물로 먹지만이 털머위는 약용으로 쓴다.  오늘도  좋은날  즐거운날  되십시오. !!!

야생화-단일 202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