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4

그믐달 (수필)- 나도향 -

그믐달 (수필) - 나도향 - 나는 그믐달을 사랑한다.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잡을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린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에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과도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초생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

한국단편문학 2025.01.30

이순신전(李舜臣傳) - 신채호 -

이순신전(李舜臣傳)                                                                                - 신채호 -    목   차  1. 제 1 장 서 론  2. 제 2 장 이순신의 어렸을 적과 젊은 시절  3. 제 3 장 이순신의 과거급제와 그 후에 당한 곤경  4. 제 4 장 오랑캐를 막던 작은 싸움과 조정에서 인재를 구함  5. 제 5 장 이순신의 전쟁 준비  6. 제 6 장 부산 앞바다로 구원하러 나가다  7. 제 7 장 이순신이 치른 첫 번째 싸움 : 옥포해전(玉浦海戰)  8. 제 8 장 이순신의 두 번째 싸움 : 당포(唐浦) 해전  9. 제 9 장 이순신의 세 번째 싸움 : 견내량(見乃梁) 해전  10. 제 10 장 이순신의 네 번째..

한국단편문학 2025.01.23

자전거 도둑 - 박완서 -

자전거 도둑                                                        -박완서 -   수남이는 청계천 세운 상가 뒷길의 전기 용품 도매상의 꼬마 점원이다. 수남이란 어엿한 이름이 있는데도 꼬마로 통한다. 열여섯 살이라지만 볼은 아직 어린아이처럼 토실하니 붉고, 눈 속이 깨끗하다. 숙성한 건 목소리뿐이다. 제법 굵고 부드러운 저음이다. 그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면 점잖고 떨떠름한 늙은이 목소리로 들린다. 이 가게에는 변두리 전기 상회나 전공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잦다. 수남이가 받으면,    "주인 영감님이십니까?"   하고 깍듯이 존대를 해 온다.    "아, 아닙니다. 꼬맙니다."   수남이는 제가 무슨 큰 실수나 저지른 것처럼 황공해 하며 볼까지 붉어진다.  ..

한국단편문학 2025.01.14

낙엽기 - 이효석 -

낙엽기                                                                     - 이효석 -    창 기슭에 붉게 물든 담장이 잎새와 푸른 하늘-가을의 가장 아름다운 이 한 폭도 비늘구름같이 자취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장 먼저 가을을 자랑하던 창밖의 한 포기의 벚나무는 또한 가장 먼저 가을을 내버리고 앙클한 휘초리만을 남겼다. 아름다운 것이 다 지나가 버린 늦가을은 추잡하고 한산하기 짝없다. 담장이로 폭 씌워졌던 집도 초목으로 가득 덮였던 뜰도 모르는 결에 참혹하게도 옷을 벗기어 버리고 앙상한 해골만을 드러내 놓게 되었다. 아름다운 꿈의 채색을 여지없이 잃어버렸다. 벽에는 시들어 버린 넝쿨이 거미줄같이 얼기설기 얽혔고 마른 머루송이 같은 열매가 함빡 맺..

한국단편문학 202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