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넘이 마을의 개 -- 황순원 -- 어디를 가려도 목을 넘어야 했다. 남쪽만은 패 길게 굽이 돈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도 산목을 넘어야만 했다. 그래 이름 지어 목넘이 마을이라 불렀다. 이 목넘이 마을에 한 시절 이른 봄으로부터 늦가을까지 적잖은 서북간도 이사꾼이 들러 지나갔다. 남쪽 산목을 넘어오는 이들 이사꾼들은 이 마을에 들어서서는 으레 서쪽 산밑 오막살이 앞에 있는 우물가에서 피곤한 다리를 쉬어 가는 것이었다. 대개가 단출한 식구라고는 없는 듯했다. 간혹가다 아직 나이 젊은 내외인 듯한 남녀가 보이기도 했으나, 거의 다 수다한 가족이 줄레줄레 남쪽 산목을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