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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숙(痴叔)
- 채만식 -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키,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덕이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姑母夫) 그 양반…….
뭐, 말도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내 원!
신세 간데없지요.
자, 십 년 적공, 대학교까지 공부한 것 풀어 먹지도 못했지요.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냈지요, 신분에는 전과자(前科者)라는
붉은 도장 찍혔지요. 몸에는 몹쓸 병까지 들었지요.
이 신세를 해가지골랑은 굴속 같은 오두막집 단칸 셋방 구석에서
사시장철 밤이나 낮이나 눈 따악 감고 드러누웠군요.
재산이 어디 집터전인들 있을 턱이 있나요.
서발막대 내저어야 짚검불 하나 걸리는 것 없는 철빈인데.
우리 아주머니가, 그래도 그 아주머니가, 어질고 얌전해서
그 알량한 남편양반 받드느라 삯바느질이야 남의 집 품빨래야
화장품장사야, 그 칙살스런 벌이를 해다가
겨우겨우 목구멍에 풀칠을 하지요.
어디루 대나 그 양반은 죽는 게 두루 좋은 일인데 죽지도 아니해요.
우리 아주머니가 불쌍해요. 아, 진작 한 나이라도 젊어서
팔자를 고치는 게 아니라,
무슨 놈의 우난 후분을 바라고 있다가 끝끝내 고생을 하는지.
근 이십 년 소박을 당했지요.
이십 년을 설운 청춘 한숨으로 보내고서 다 늦게야
송장 여대치게 생긴 그 양반을 그래도 남편이라고 모셔다가는
병수발 들랴, 먹고 살랴, 애자진하고 다니는 걸 보면 참말 가엾어요.
그게 무슨 죄다짐이람? 팔자 팔자 하지만 왜 팔자를 고치지를
못하고서 그래요. 우리 죄선 구식 부인네들은 다 문명을 못 하고
깨지를 못 해서 그러지.
그 양반이 한시바삐 죽기나 했으면
우리 아주머니는 차라리 신세 편하리다.
심덕 좋겠다, 솜씨 얌전하겠다 하니,
어디 가선들 자기 일신 몸 가누고 편안히 못 지내요?
가만있자, 열여섯 살에 아저씨네 집으로 시집을 갔다니깐,
그게 내가 세 살 적이니 꼬박 열여덟 해로군.
열여덟 해면 이십 년 아니오.
그때 우리 아저씨 양반은 나이 어리기도 했지만, 공부를 한답시고
서울로 동경으로 십여 년이나 돌아다녔고,
조금 자라서 색시 재미를 알 만하니까는 누가 이쁘달까 봐
이혼하자고 아주머니를 친정으로 쫓고는 통히 불고를 하고…….
공부를 다 마치고 오더니만,
그 담에는 그놈의 짓에 들입다 발광해 다니면서
명색 학생 출신이라는 딴 여편네를 얻어 살았지요.
그 여편네는 나도 몇 번 보았지만 쌍판대기라고 별반 출 수도 없이
생겼습디다. 그 인물로 남의 첩이야?
일색소박은 있어도 박색소박은 없다더니,
사실 소박맞은 우리 아주머니가 그 여편네게다 대면 월등 이뻤다우.
그래 그 뒤에,
그 양반은 필경 붙들려 가서 오 년이나 전중이를 살았지요.
그 동안에 아주머니는 시집이고 친정이고 모두 폭 망해서
의지가지없이 됐지요.
그러니 어떻게 해요? 자칫하면 굶어 죽을 판인데.
할 수 없이 얻어먹고 살기도 해야 하려니와, 또 아저씨 나오는 것도
기다려야 한다고 나를 반연삼아 서울로 올라왔더군요.
그게 그러니까 아저씨가 나오던 그 전해로군.
그때 내가 나이는 어려도 두루 납뛴 보람이 있어서
이내 구라다상네 식모로 들어갔지요.
그 무렵에 참 내가 아주머니더러 여러 번 권면을 했지요.
그러지 말고 개가(改嫁)를 가라고.
글쎄 어린 소견에도 보기에 퍽 딱하고 민망합디다.
계제에 마침 또 좋은 자리가 있었고요. 미네상이라고
미쓰꼬시 앞에서 바나나 다다키우리를 하는 인데 사람이 퍽 좋아요.
우리집 다이쇼(主人)도 잘 알고 하는데, 그이가 늘 나더러
죄선 오깜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중매 서달라고 그래쌌어요.
돈은 모아 둔 게 없어도 다 벌어먹고 살 만하니까
그런 사람 만나서 살면 아주머니도 신세 편할 게 아니라구요?
그런 걸 글쎄, 몇 번 말해도
흉한 소리 말라고 듣질 않는 걸 어떡하나요.
아무튼 그런 것말고라도 참, 흰말이 아니라 이날 이때까지
내가 그 아주머니 뒤도 많이 보아 주었다우.
또 나도 그럴 만한 은공이 없잖아 있구요.
내가 일곱 살에 부모를 잃었지요.
그리고 나서 의탁할 곳이 없이 됐는데 그때 마침 소박을 맞고
친정살이를 하는 그 아주머니가 나를 데려다가 길러 주었지요.
그때만 해도 그 집이 그다지 군색하게 지내진 않았으니깐요.
아주머니도 아주머니지만 증조할머니며 할아버지도
슬하에 딴 자손이 없어서 나를 퍽 귀애하겠지요.
열두 살까지 그 집에서 자랐군요.
사 년이나마 보통학교도 다녔고.
아마 모르면 몰라도 그 집안에 그렇게 치패하지만 않았으면
나도 그냥 붙어 있어서 시방쯤은 전문학교까지는 다녔으리다.
이런 은공이 있으니까 나도 그걸 저버리지 않고 그래서
내 깜냥에는 갚을 만치 갚노라고 갚은 셈이지요.
하기야 요새도 간혹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양식 없다는 사정을
더러 하곤 하는데 실토정 말이지 좀 성가시기는 해요.
그러는 족족 그 수응을 하자면 내 일을 못 하겠는걸.
그래 대개 잘라 떼기는 하지요.
그렇지만 그 밖에, 가령 양명절 때면 고깃근이라도 사보낸다든지,
또 오며가며 들러 이야기낱이라도 한다든지,
그런 건 결단코 범연히하진 않으니까요.
아무튼 그래서, 아주머니는 꼬박 일년 동안 구라다상네 집 오마니로
있으면서 월급 오 원씩 받는 걸 그대로 고스란히 저금을 하고,
또 틈틈이 삯바느질을 맡아다가 조금씩 벌어 보태고,
또 나올 무렵에 구라다상네 양주가 퍽 기특하다고 돈 칠 원을 상급으로
주고, 그런 게 이럭저럭 돈 백 원이나 존존히 됐지요.
그 돈으로 방 한 칸 얻고 살림 나부랭이도 조금 장만하고 그래 놓고서
마침 그 알량꼴량한 서방님이 놓여 나오니까 그리로 모셔 들였지요.
놓여 나오는 날 나도 가서 보았지만, 가막소 문 앞에 막 나서자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래도 눈물이 핑― 돌던데요.
전에 그렇게도 죽을 동 살 동 모르고 좋아하던 첩년은 꼴도 안 뵈구요.
남의 첩년이란 건 다 그런 거지요, 뭐.
우리 아저씨 양반은 혹시 그 여편네가 오지 않았나 하고
사방을 휘휘 둘러보던데요. 속이 그렇게 없다니까.
여편네는커녕 아주머니하고 나하고 그 외는 어리친 개새끼 한 마리
없더라.
그래 막, 자동차에 올라타려다가 피를 토했지요.
나중에 들었지만 가막소 안에서 달포 전부터 토혈을 했다나 봐요.
그래 다 죽어 가는 반송장을 업어 오다시피 해다가 뉘어 놓고,
그날부터 아주머니는 불철주야로, 할짓 못할짓 다 해가면서 부스대고
납뛴 덕에 병도 차차로 차도가 있고, 그러더니 인제는 완구히 살아는
났지요. 뭐 참 시방은 용 꼴인걸요, 용 꼴.
부인네 정성이 무서운 겝디다.
꼬박 삼 년이군.
나 같으면 돌아가신 부모가 살아오신대도 그 짓 못 해요.
자, 그러니 말이지요. 우리 아저씨라는 양반이 작히나 양심이 있고
다 그럴 양이면, 어허, 내가 어서 바삐 몸이 충실해져서,
어서 바삐 돈을 벌어다가 저 아내를 편안히 거느리고,
이 은공과 전날의 죄를 갚아야 하겠구나……
이런 맘을 먹어야 할 게 아니라구요?
아주머니의 은공을 갚자면 발에 흙이 묻을세라 업고 다녀도,
참 못다 갚지요.
그러고저러고 간에 자기도 이제는 속차려야지요.
하기야 속을 차려서 무얼 하재도 전과자니까 관리나 또 회사 같은 데는
들어가지 못하겠지만, 그야 자기가 저지른 일인 걸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고, 그러니 막 벗어붙이고 노동이라도 해야지요.
대학교 출신이 막벌이 노동이란 게 꼴 가관이지만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그런 걸 보고 가만히 나를 생각하면, 만약 우리 증조할아버지네
집안이 그렇게 치패를 안 해서 나도 전문학교를 졸업을 했으면,
혹시 우리 아저씨 모양이 됐을지도 모를 테니 차라리 공부 많이 않고서
이 길로 들어선 게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우리 아저씨 양반은 대학교까지 졸업하고도
이제는 기껏 해먹을 거란 막벌이 노동밖에 없는데,
보통학교 사 년 겨우 다니고서도 시방 앞길이 환히 트인 내게다 대면
고쓰카이만도 못하지요.
아, 그런데 글쎄 막벌이 노동을 하고 어쩌고 하기는커녕
조금 바시시 살아날 만하니까 이 주책꾸러기 양반이
무슨 맘보를 먹는고 하니, 내 참 기가 막혀!
아니, 그놈의 것하고는 무슨 대천지 원수가 졌단 말인지,
어쨌다고 그걸 끝끝내 하지 못해서 그 발광인고?
그러나마 그게 밥이 생기는 노릇이란 말인지? 명예를 얻는
노릇이란 말인지. 필경은, 붙잡혀 가서 징역 사는 놀음?
아마 그놈의 것이 아편하고 꼭 같은가 봐요.
그렇길래 한번 맛을 들이면 끊지를 못하지요?
그렇지만 실상 알고 보면 그게 그다지 재미가 난다거나 맛이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더군 그래요. 부랑당패던데요. 하릴없이 부랑당팹디다.
저― 서양 어디선가,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 몇 놈이 양지쪽에
모여 앉아서 놀고 먹을 궁리를 했더라나요.
우리집 다이쇼가 다 자상하게 이야기를 해줍디다.
게, 그 녀석들이 서로 구누를 하기를, 자, 이 세상에는 부자가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고 하니 그건 도무지 공평한 일이 아니다.
사람이란 건 이목구비하며 사지육신을 꼭 같이 타고났는데,
누구는 부자로 잘살고 누구는 가난하다니 그게 될 말이냐.
그러니 부자가 가진 것을 우리 가난한 사람들하고 다 같이 고르게
나눠 먹어야 경우가 옳다.
야― 그거 옳은 말이다. 야― 그 말 좋다. 자― 나눠 먹자.
아, 이렇게 설도를 해가지고 우 하니 들고 일어났다는군요.
아―니, 그러니 그게 생 날부랑당놈의 짓이 아니고 무어요?
사람이란 것은 제가끔 분지복이 있어서 기수를 잘 타고 나든지
부지런하면 부자가 되는 법이요, 복록을 못 타고 나든지 게으른 놈은
가난하게 사는 법이요, 다 이렇게 마련인데,
그거야말로 공평한 천리인 것을, 됩다 불공평하다께 될 말이오?
그리고서 억지로 남의 것을 뺏어 먹자고 들다니
그놈들이 부랑당이지 무어요.
짓이 부랑당 짓일 뿐 아니라, 또 만약에 그러기로 들면 게으른 놈은
점점 더 게으름만 부리고 쫓아다니면서 부자 사람네가 가진 것만
뺏어 먹을 테니 이 세상은 통으로 도적놈의 판이 될 게 아니오?
그나마, 부자 사람네가 모아 둔 걸 다 뺏기고
더는 못 먹여 내는 날이면 그때는 이 세상 망하는 날이 아니오?
저마다 남이 농사 지어 놓으면 그걸 뺏어 먹으려고 일 않고 번둥번둥
놀 것이고, 남이 옷감 짜노면 그걸 뺏어다가 입으려고 번둥번둥
놀 것이고 그럴 테니 대체 곡식이며 옷감이며 그런 것이 다
어디서 나올 데가 있어야지요. 세상 망할밖에!
글쎄 그놈의 짓이 그렇게 세상 망쳐 놀 장본인 줄은 모르고서
가난한 놈들, 그 중에도 일하기 싫은 게으름뱅이들이 위선
당장 부자 사람네 것을 뺏어 먹는다니까
거기 혹해 가지골랑 너도나도 와 하니 참섭을 했다는구려.
바로 저 아라사가 그랬대요.
그래서 아니나다를까 농군들이 곡식을 안 만들기 때문에
사람이 수만 명씩 굶어 죽는다는구려. 빠안한 이치지 뭐.
위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그 지랄들을 했다가 잘코사니야!
아 그런데, 그 못된놈의 풍습이 삽시간에 동서양 각국 안 간 데 없이
퍼져 가지골랑 한동안 내지에도 마구 굉장히 드세게 돌아다녔고,
내지가 그러니까 멋도 모르는 죄선 영감상들도 덩달아서
그 흉내를 냈다나요.
그렇지만 시방은 그새 나라에서 엄하게 밝히고 금하고 한 덕에
많이 너끔해졌고 그런 마음 먹는 사람은 별반 없다나 봐요.
그럴 게지 글쎄. 아 해서 좋을 양이면야 나라에선들 왜 금하며
무슨 원수가 졌다고 붙잡아다가 징역을 살리나요.
좋고 유익한 것이면 나라에서 도리어 장려하고,
잘할라치면 상급도 주고 그러잖아요.
활동사진이며 스모며 만자이며 또 왓쇼왓쇼랄지 세이레이 낭아시랄지
라디오체조랄지 그런 건 다 유익한 일이니까
나라에서 설도도 하고 그러잖아요.
나라라는 게 무언데? 그런 걸 다 잘 분간해서 이럴 건 이러고
저럴 건 저러라고 지시하고, 그 덕에 백성들은 제각기 제 분수대로
편안히 살도록 애써 주는 게 나라 아니오?
그놈의 것 사회주의만 하더라도 나라에서 금하질 않고 저희가
하는 대로 두어 두었어 보아? 시방쯤 세상이 무엇이 됐을지…….
다른 사람들도 낭패 본 사람이 많았겠지만, 위선 나만 하더라도 글쎄
어쩔 뻔했어! 아무 일도 다 틀리고 뒤죽박죽이지.
내 이상과 계획은 이렇거든요.
우리집 다이쇼가 나를 자별히 귀애하고 신용를 하니까 인제 한 십 년만
더 있으면 한밑천 들여서 따로 장사를 시켜 줄 그런 눈치거든요.
그러거들랑 그것을 언덕삼아 가지고 나는 삼십 년 동안 예순 살
환갑까지만 장사를 해서 꼭 십만 원을 모을 작정이지요.
십만 원이면 죄선 부자로 쳐도 천석꾼이니,
뭐 떵떵거리고 살 게 아니라구요?
그리고 우리 다이쇼도 한 말이 있고 하니까, 나는 내지인 규수한테로
장가를 들래요. 다이쇼가 다 알아서 얌전한 자리를 골라 중매까지
서준다고 그랬어요. 내지 여자가 참 좋지요.
나는 죄선 여자는 거저 주어도 싫어요.
구식 여자는 얌전은 해도 무식해서 내지인하고 교제하는 데 안됐고,
신식 여자는 식자나 들었다는 게 건방져서 못쓰고,
도무지 그래서 죄선 여자는 신식이고 구식이고 다 제바리여요.
내지 여자가 참 좋지 뭐. 인물이 개개 일자로 이쁘겠다, 얌전하겠다,
상냥하겠다, 지식이 있어도 건방지지 않겠다, 좀이나 좋아!
그리고 내지 여자한테 장가만 드는 게 아니라 성명도 내지인 성명으로
갈고 집도 내지인 집에서 살고 옷도 내지 옷을 입고 밥도 내지식으로
먹고 아이들도 내지인 이름을 지어서 내지인 학교에 보내고…….
내지인 학교라야지 죄선 학교는 너절해서
아이들 버려 놓기나 꼭 알맞지요.
그리고 나도 죄선말은 싹 걷어치우고 국어만 쓰고요.
이렇게 다 생활법식부터도 내지인처럼 해야만 돈도 내지인처럼
잘 모으게 되거든요.
내 이상이며 계획은 이래서 그 십만 원짜리 큰부자가 바로 내다뵈고,
그리로 난 길이 환하게 트이고 해서 나는 시방 열심으로 길을
가고 있는데, 글쎄 그 미쳐 살미 든 놈들이 세상 망쳐 버릴
사회주의를 하러 드니,
내가 소름이 끼칠 게 아니라구요? 말만 들어도 끔찍하지!
세상이 망해서 뒤집히면 그래 나는 어쩌란 말인고?
아무것도 다 허사가 될 테니 그런 억울할 데가 있더람?
뭐 참, 우리집 다이쇼 말이 일일이 지당해요.
여느 절도나 강도나 사기나 그런 죄는 도적이면 도적을 해가는
그 당장, 그 돈만 축을 내니까 오히려 죄가 가볍지만,
그놈의 것 사회주의인지 지랄인지는 온 세상을 뒤죽박죽을 만들어 놓고
나라를 통째로 소란하게 하니까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대요.
용서라니! 나 같으면 그런 놈들은 모조리 쓸어다가
마구 그저 그냥…….
그런 일을 생각하면, 털어놓고 말이지 우리 아저씬가 그 양반도
여간 불측스러 뵈질 않아요. 사실 아주머니만 아니면 내가 무슨
천주학이라고 나쁜 병까지 앓는 그 양반을 찾아다니나요.
죽는대도 코도 안 풀어 붙일걸.
그러나마 전자의 죄상을 다 회개를 하고 못된 마음을 씻어 버렸을 새
말이지, 뭐 헌 개꼬리 삼년이라더냐, 종시 그 모양일걸요.
그러니깐 그게 밉살머리스러워서, 더러 들렀다가 혹시 마주앉아도
위정 뼈끝 저린 소리나 내쏘아 주고 말을 다잡아 가지골랑
꼼짝못하게시리 몰아세워 주곤 하지요.
저번에도 한번 혼을 단단히 내주었지요.
아, 그랬더니 아주머니더러 한다는 소리가, 그 녀석 사람 버렸더라고,
아무짝에도 못 쓰게 길이 들었더라고 그러더라나요.
내 원, 그 소리를 듣고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대체 사람도 유만부동이지, 그 아저씨가 나더러 사람 버렸느니
아무짝에도 못 쓰게 길이 들었느니 하더라니,
원 입이 몇 개나 되면 그런 소리가 나오는 구멍도 있누?
죄선 벙어리가 다 말을 해도 나 같으면 할 말 없겠더구먼서도,
하면 다 말인 줄 아나 봐?
이를테면 그게 명색 훈계 비슷한 거렷다? 내게다가 맞대 놓고
그런 소리를 하다가는 되잡혀서 혼이 날 테니까
슬며서 아주머니더러 이르란 요량이던 게지?
기가 막혀서……
하느님이 사람의 콧구멍 두 개로 마련하기 참 다행이야.
글쎄 아무려면 내가 자기처럼 다아 공부는 못 하고 남의 집
고조〔小僧〕노릇으로, 반또〔番頭〕노릇으로 이렇게 굴러먹을 값에
이래 보여도 표창을 두 번이나 받은 모범 점원이요,
남들이 똑똑하고 재주 있고 얌전하다고 칭찬이 놀랍고,
앞길이 환히 트인 유망한 청년인데, 그래 자기 눈에는
내가 버린 놈이고 아무짝에도 못 쓰게 길이 든 놈으로 보였단 말이지?
하하, 오옳지! 거 참 그렇겠군. 자기는 자기 하는 짓이 옳으니까
남이 하는 짓은 다 글렀단 말이렷다?
그러니까 나도 자기처럼 그놈의 것 사회주읜지 급살맞을 것인지나
하다가 징역이나 살고 전과자나 되고 폐병이나 앓고,
다 그랬더라면 사람 버리지도 않고
아무짝에도 못 쓰게 길든 놈도 아니고 그럴 뻔했군그래!
흥! 참…….
제 밑 구린 줄 모르고서 남더러 어쩌구저쩌구 한다는 게,
꼭 우리 아저씨 그 양반을 두고 이른 말인가 봐.
그날도 실상 이랬더라우. 혼을 내주었더니, 아주머니더러
그런 소리를 하더란 그날 말이오.
그날이 마침 내가 쉬는 날이길래 아주머니더러 할 이야기도 있고 해서
아침결에 좀 들렀더니, 아주머니는 남의 혼인집으로 바느질을 해주러
갔다고 없고, 아저씨 양반만 여전히 아랫목에 가서 드러누웠어요.
그런데 보니깐, 어디서 모두 뒤져 냈는지,
머리맡에다가 헌 언문 잡지를 수북이 쌓아 놓고는 그걸 뒤져요.
그래 나도 심심삼아 한 권 집어 들고 떠들어 보았더니,
뭐 읽을 맛이 나야지요.
대체 죄선 사람들은 잡지 하나를 해도
어찌 모두 그 꼬락서니로 해놓는지.
사진도 없지요, 망가(만화)도 없지요.
그리고는 맨판 까탈스런 한문 글자로다가 처박아 놓으니
그걸 누구더러 보란 말인고?
더구나 우리 같은 놈은 언문도 그런대로 뜯어보기는 보아도 읽기에
여간만 폐롭지가 않아요.
그러니 어려운 언문하고 까다로운 한문하고를 섞어서 쓴 글은
뜻을 몰라 못 보지요. 언문으로만 쓴 것은 소설 나부랭인데,
읽기가 힘이 들 뿐 아니라 또 죄선 사람이 쓴 소설이란 건
재미가 있어야죠. 나는 죄선 신문이나 죄선 잡지하구는 담쌓고
남 된 지 오랜걸요.
잡지야 뭐《킹구》나《쇼넹구라부》덮어 먹을 잡지가 있나요.
참 좋아요.
한문 글자마다 가나를 달아 놓았으니 어떤 대문을 척 펴들어도
술술 내리읽고 뜻을 횅하니 알 수가 있지요.
그리고 어떤 대문을 읽어도 유익한 교훈이나 재미나는 소설이지요.
소설 참 재미있어요. 그 중에도 기쿠지캉 소설……!
어쩌면 그렇게도 아기자기하고도 달콤하고도 재미가 있는지.
그리고 요시가와 에이지, 그의 소설은 진찐바라바라하는
지다이모노(역사물)인데 마구 어깻바람이 나구요.
소설이 모두 그렇게 재미가 있지요. 망가가 많지요. 사진이 많지요.
그리고도 값은 좀 헐하나요. 십오 전이면 바로 그 전달 치를 사볼 수
있고, 보고 나서는 오 전에 도로 파는데요.
잡지도 기왕 하려거든 그렇게나 해야지, 죄선 사람들은
제엔장 큰소리는 곧잘 하더구먼서도
잡지 하나 반반한 거 못 만들어 내니!
그날도 글쎄 잡지가 그 꼴이라, 아예 글은 볼 멋도 없고 해서
혹시 망가나 사진이라도 있을까 하고 책장을 후르르 넘기노라니깐
마침 아저씨 이름이 있겠나요! 하도 신통해서 쓰윽 펴들고 보았더니
제목이 첫줄은 경제, 사회…… 무엇 어쩌구 잔주를 달아 놨겠지요.
그것만 보아도 벌써 그럴듯해요.
경제는 아저씨가 대학교에서 경제를 배웠다니까 경제 속은
잘 알 것이고, 또 사회는 그것 역시 사회주의를 했으니까 그 속도
잘 알 것이고, 그러니까 경제하고 사회주의하고 어떻게 서로 관계가
되는 것이며 어느 편이 옳다는 것이며 그런 소리를 썼을 게 분명해요.
뭐, 보나 안 보나 속이야 빠안하지요. 대학교까지 가설랑
경제를 배우고도 돈 모을 생각은 않고서 사회주의만 하고 다닌
양반이라 경제가 그르고 사회주의가 옳다고 우겨 댔을 거니까요.
아무렇든 아저씨가 쓴 글이라는 게 신기해서 좀 보아 볼 양으로
쓰윽 훑어봤지요. 그러나 웬걸 읽어 먹을 재주가 있나요.
글자는 아주 어려운 자만 아니면 대강 알기는 알겠는데,
붙여 보아야 대체 무슨 뜻인지를 알 수가 있어야지요.
속이 상하길래 읽어 보자던 건 작파하고서 아저씨를 좀 따잡고
몰아 세울 양으로 그 대목을 차악 펴놨지요.
“아저씨?”
“왜 그러니?”
“아저씨가 여기다가 경제 무어라구 쓰구, 또 사회 무어라구 썼는데,
그러면 그게 경제를 하란 뜻이오? 사회주의를 하란 뜻이오?”
“뭐?”
못 알아듣고 뚜렛뚜렛해요. 자기가 쓰고도 오래 돼서 다 잊어버렸거나,
혹시 내가 말을 너무 까다롭게 내기 때문에 섬뻑 대답이 안 나왔거나
그랬겠지요. 그래 다시 조곤조곤 따졌지요.
“아저씨…… 경제란 것은 돈 모아서 부자 되라는 것 아니오? 그런데,
사회주의란 것은 모아 둔 부자 사람의 돈을 뺏어 쓰는 것 아니오?”
“이애가 시방!”
“아―니, 들어 보세요.”
“너, 그런 경제학, 그런 사회주의 어디서 배웠니?”
“배우나마나, 경제란 건 돈 많이 벌어서 애껴 쓰구
나머지 모아 두는 게 경제 아니오?”
“그건 보통, 경제한다는 뜻으루 쓰는 경제고,
경제학이니 경제적이니 하는 건 또 다르다.”
“다를 게 무어요? 경제는 돈 모으는 것이고,
그러니까 경제학이면 돈 모으는 학문이지요.”
“아니란다. 혹시 이재학(理財學)이라면 돈 모으는 학문이라고 해도
근리할지 모르지만 경제학은 그런 게 아니란다.”
“아―니, 그렇다면 아저씨 대학교 잘못 다녔소.
경제 못 하는 경제학 공부를 오 년이나 했으니 그게 무어란 말이오?
아저씨가 대학교까지 다니면서 경제 공부를 하구두 왜 돈을 못 모으나
했더니, 인제 보니깐 공부를 잘못해서 그랬군요!”
“공부를 잘못했다?
허허, 그랬을는지도 모르겠다. 옳다, 네 말이 옳아!”
이거 봐요 글쎄. 단박 꼼짝못하잖나. 암만 대학교를 다니고,
속에는 육조를 배포했어도 그렇다니깐 글쎄…….
“아저씨?”
“왜 그러니?”
“그러면 아저씨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돈 모아 부자 되는 경제 공부를
한 게 아니라 모아 둔 부자 사람네 돈 뺏어 쓰는 사회주의 공부를
했으니 말이지요…….”
“너는 사회주의가 무얼루 알구서 그러냐?”
“내가 그까짓 걸 몰라요?”
한바탕 주욱 설명을 했지요.
내 얼굴만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누웠더니 피쓱 한번 웃어요.
그리고는 그 양반이 하는 소리겠다요.
“그게 사회주의냐? 부랑당이지.”
“아―니, 그럼 아저씨두 사회주의가 부랑당인 줄은 아시는구려?”
“내가 언제 사회주의가 부랑당이랬니?”
“방금 그리잖었어요?”
“글쎄, 그건 사회주의가 아니라 부랑당이란 그 말이다.”
“거 보시우! 사회주의란 것은 그렇게 날부랑당이어요.
아저씨두 그렇다구 하면서 아니래시오?”
“이애가 시방 입심 겨룸을 하재나!”
이거 봐요. 또 꼼짝못하지요? 다아 이래요 글쎄…….
“아저씨?”
“왜 그러니?”
“아저씨두 맘 달리 잡수시오.”
“건 어떻게 하는 말이냐?”
“걱정 안 되시우?”
“날 같은 사람이 걱정이 무슨 걱정이냐? 나는 네가 걱정이더라.”
“나는 뭐 버젓하게 요량이 있는걸요.”
“어떻게?”
“이만저만한가요!”
또 한바탕 주욱 설명을 했지요. 이야기를 다 듣더니
그 양반 한다는 소리 좀 보아요.
“너두 딱한 사람이다!”
“왜요?”
“……”
“아―니, 어째서 딱하다구 그러시우?”
“……”
“네? 아저씨?”
“……”
“아저씨?”
“아저씨?”
“왜 그래?”
“내가 딱하다구 그러셨지요?”
“아니다, 나 혼자 한 말이다.”
“그래두…….”
“이애?”
“네?”
“사람이란 것은 누구를 물론허구 말이다,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게 없느니라.”
“아첨이오?”
“저― 위로는 제왕, 밑으로는 걸인, 그 모든 사람이
위선 시방 이 제도의 이 세상에서 말이다, 제가끔 제 분수대루
살어가는 데 있어서 말이다, 제 개성을 속여 가면서꺼정
생활에다가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것이 없고, 그런 사람같이
가련한 사람은 없느니라. 사람이란 건 밥 두 그릇이 하필
밥 한 그릇보다 더 배가 부른 건 아니니까.”
“그건 무슨 뜻인데요?”
“네가 일본인 여자와 결혼을 해서 성명까지 갈고 모든 생활법도를
일본화하겠다는 것이 말이다.”
“네, 그게 좋잖어요?”
“그것이 말이다, 진실로 깊은 교양이나 어진 지혜의 판단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그도 모를 노릇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보매,
네가 그런다는 것은 다른 뜻으로 그러는 것 같다.”
“다른 뜻이라니요?”
“네 주인의 비위를 맞추고, 이웃의 비위를 맞추고 하자고…….”
“그야 물론이지요! 다이쇼의 신용을 받어야 하고,
이웃 내지인들하구도 좋게 지내야지요. 그래야 할 게 아니겠어요?”
“……”
“아저씨는 아직두 세상 물정을 모르시오.
나이는 나보담 많구 대학교 공부까지 했어도
일찌감치 고생살이를 한 나만큼 세상 물정은 모릅니다.
시방이 어느 세상인데 그러시우?”
“이애?”
“네?”
“네가 방금 세상 물정이랬지?”
“네.”
“앞길이 환하니 트였다구 그랬지?”
“네.”
“환갑까지 십만 원 모은다구 그랬지?”
“네.”
“네가 말하는 세상 물정하구 내가 말하려는 세상 물정하구
내용이 다르기도 하지만, 세상 물정이란 건 그야말로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네?”
“사람이란 것 제아무리 날구 뛰어도 이 세상에 형적 없이
그러나 세차게 주욱 흘러가는 힘, 그게 말하자면 세상 물정이겠는데,
결국 그것의 지배하에서 그것을 따라가지 별수가 없는 거다.”
“네?”
“쉽게 말하면 계획이나 기회를 아무리 억지루 만들어 놓아도
결과가 뜻대루는 안 된단 말이다.”
“젠장, 아저씨두…… 요전《킹구》라는 잡지에두 보니까,
나폴레옹이라는 서양 영웅이 그랬답디다. 기회는 제가 만든다구.
그리고 불가능이란 말은 바보의 사전에서나 찾을 글자라구요.
아 자꾸자꾸 계획하구 기회를 만들구 해서 분투 노력해 나가면
이 세상 일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나요? 한번 실패하거든
갑절 용기를 내가지구 다시 일어서지요. 칠전팔기 모르시오?”
“나폴레옹도 세상 물정에 순응할 때는 성공했어도,
그것에 거슬리다가 실패를 했더란다. 너는 칠전팔기해서 성공한
몇 사람만 보았지, 여덟 번 일어섰다가 아홉 번째 가서
영영 쓰러지구는 다시 일지 못한 숱한 사람이 있는 건 모르는구나?”
“그래두 두구 보시우. 나는 천하없어두 성공하구 말 테니……
아저씨는 그래서 더구나 못써요?
일 해보기두 전에 안 될 줄로 낙심 먼저 하구…….”
“하늘은 꼭 올라가 보구래야만 높은 줄 아니?”
원 마지막 가서는 할 소리가 없으니깐 동에도 닿지 않는 비유를
가져다 둘러대는 걸 보아요. 그게 어디 당한 말인고?
안 올라가 보면 뭐 하늘 높은 줄 모를 천하 멍텅구리도 있을까?
그만 해두려다가 심심하길래 또 말을 시켰지요.
“아저씨?”
“왜 그래?”
“아저씨는 인제 몸 다아 충실해지면 어떡허실려우?”
“무얼?”
“장차…….”
“장차?”
“어떡허실 작정이세요?”
“작정이 새삼스럽게 무슨 작정이냐?”
“그럼 아저씨는 아무 작정 없이 살어가시우?”
“없기는?”
“있어요?”
“있잖구?”
“무언데요?”
“그새 지내 오던 대루…….”
“그러면 저 거시키 무엇이냐 도루 또 그걸……?”
“그렇겠지.”
“아저씨?”
“……”
“아저씨?”
“왜 그래?”
“인젠 그만두시우.”
“그만두라구?”
“네.”
“누가 심심소일루 그러는 줄 아느냐?”
“그렇잖구요?”
“……”
“아저씨?”
“……”
“아저씨?”
“왜 그래?”
“아저씨 올에 몇이지요?”
“서른셋.”
“그러니 인제는 그만큼 해두고 맘잡어서 집안일 할 나이두 아니오?”
“집안일은 해서 무얼 하나?”
“그렇기루 들면 그 짓은 해서 또 무얼 하나요?”
“무얼 하려구 하는 게 아니란다.”
“그럼, 아무 희망이나 목적이 없으면서 그래요?”
“목적? 희망?”
“네.”
“개인의 목적이나 희망은 문제가 다르니까……
문제가 안 되니까…….”
“원, 그런 법도 있나요?”
“법?”
“그럼요!”
“법이라……!”
“아저씨?”
“……”
“아저씨?”
“왜 그래?”
“아주머니가 고맙잖습디까?”
“고맙지.”
“불쌍하지요?”
“불쌍? 그렇지, 불쌍하다면 불쌍한 사람이지!”
“그런 줄은 아시느만?”
“알지.”
“알면서 그러시우.”
“고생을 낙으로, 그 쓰라린 맛을 씹고 씹고 하면서 그것에서
단맛을 알어내는 사람도 있느니라. 사람도 있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무슨 일에고 진정과 정신을 꼬박 거기다가만 쓰면
그렇게 되는 법이니라. 그러니까 그찜 되면 그때는 고생이 낙이지.
너의 아주머니만 두고 보더래도 고생이 고생이면서 고생이 아니고
고생하는 게 낙이란다.”
“그렇다고 아저씨는 그걸 다행히만 여기시우?”
“아―니.”
“그러거들랑 아저씨두 아주머니한테
그 은공을 더러는 갚어야 옳을 게 아니오?”
“글쎄, 은공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인제 병이나 확실히 다아 나신 뒤엘라컨…….”
“바뻐서 원…….”
글쎄 이 한다는 소리 좀 보지요?
시치미 뚜욱 따고 누워서 바쁘다는군요!
사람 속 차릴 여망 없어요.
그저 어디로 대나 손톱만큼도 쓸모는 없고 남한데 사폐만 끼치고,
세상에 해독만 끼칠 사람이니, 뭐 하루바삐 죽어야 해요.
죽어야 하고, 또 죽어서 마땅해요. 그런데 글쎄 죽지를 않고
꼼지락꼼지락 도로 살아나니 성화라구는, 내…….
출전:동아일보(1938.3.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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