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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 김동인 -

감 자 ( 김동인 ) " 감 자 " --- 김동인 --- 싸움, 간통, 살인, 도적, 구걸, 징역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로 오기 전까지는, 복녀의 부처는 (사농공상의 제2위에 드는) 농민이었었다.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였었다. 이전 선비의 엄한 규율은 농민으로 떨어지자부터 없어졌다 하나, 그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딴 농민보다는 좀 똑똑하고 엄한 가율이 그의 집에 그냥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자라난 복녀는 물론 다른 집 처녀들과 같이 여름에는 벌거벗고 개울에서 멱감고, 바짓바람으로 동리를 돌아 다니는 것을 예사로 알기는 알았지만,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막연하나마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저픔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열다섯 살..

한국단편문학 2022.09.27

소나기 - 황순원 -

" 소 나 기 " - 황 순 원 -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曾孫女)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담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속을 빤히 들여다 본다. 얼굴..

한국단편문학 2022.09.27

갯마을 - 오영수 -

2022.09.26 " 갯 마 을 " -- 오 영 수 -- 서(西)로 멀리 기차 소리를 바람결에 들으며, 어쩌면 동해 파도가 돌각담 밑을 찰삭대는 H 라는 조그만 갯마을이 있다. 덧게덧게 굴딱지가 붙은 모 없는 돌로 담을 쌓고, 낡은 삿갓 모양 옹기종기 엎딘 초가가 스무 집 될까 말까? 조그만 멸치 후리(후릿그물.바다 등에 둘러치고 그 두 끝을 당기어 물고기를 잡는 그물)막이 있고, 미역으로 이름이 있으나, 이 마을 사내들은 대부분 철따라 원양 출어에 품팔이를 나간다. 고기잡이 아낙네들은 썰물이면 조개나 해조를 캐고, 밀물이면 채마밭이나 매는 것으로 여는 갯마을이나 별 다름 없다. 다르다고 하면 이 마을에는 유독 과부가 많은 것이라고나 할까? 고로(古老)들은 과부가 많은 탓을 뒷산이 어떻게 갈라져서 어찌..

한국단편문학 2022.09.25

성황당 - 정비석 -

2022,09,26 " 성 황 당 " -- 정 비 석 -- "제에길 뭘 허구 송구(아직) 안 와!" 순이는 저녁밥 짓는 불을 다 때고 나서, 부지깽이로 닫힌 부엌문을 탕 열어젖히며, 눈 아래 언덕길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아래로 뻗은 길에는 사람은 커녕 개새끼 하나 얼씬 하는 것 없었다. 한참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던 순이는 다시 아까와 같이 중얼거리면서 부엌 바닥을 대강대강 쓸어, 검부러기를 아궁에 지펴 넣는다. 그리고 나서 이번에는 빗자루를 든 채 뜰 아래로 나서더니, 천마령(天摩嶺) 위에 걸린 해를 쳐다본다. 산골의 해는 저물기 쉬웠다. 아침해가 앞산 위에 떴나 보다 하면, 벌써 뒷산에서는 해가 저물기 시작하였다. 그러기로 신새벽에 집을 나갈 때에 그렇게나 신신당부를 했으니, 여느 장날보다는 좀 일찍..

한국단편문학 202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