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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계곡, 깽깽이풀

2023,03,20 용추계곡, 깽깽이풀 만주바람꽃이 피었다고 톡으로 전달 받은지가 일주일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가볼 요량으로 길을 나선다. 김밥 한줄에 물 한통, 장비 챙겨서 계곡에 다다르니 11시45분 이다. 입구 풀밭에, 파란 개불알풀꽃이 해를 받아 활짝 웃고 있다. 자세도 꼿꼿한 하얀 남산제비꽃, 파란 종달새 현호색이 그 옆에서 얼굴을 보인다. 사진을 클릭하여 큰사진으로 보세요. 계곡을 조금 오르니 애기괭이눈이 풍성하게 피어 있다. 때를 늦게 찾아서 그런지 생각했던 꽃들이 예상보다 더 많이 피어 있다. 산길을 따라 남산제비꽃이 줄지어 핀 모습이 보기에 좋아, 앞서 가는 산객을 연출하여 함께 담아 본다. 예상하고 나선 만주바람꽃을 보기 위해 산비탈을 타고 오른다. 올해는 꽃샘추위도 없었는데 벌써 다 ..

월사금(月謝金) - 강경애 -

월사금(月謝金) - 강경애 - 어느 날 아침. 이천여 호나 되는 C읍에 다만 하나의 교육기관인 C보통학교 운동장에는 언제나 어린 학생들이 귀엽게 뛰놀고 있었다. 금년 열 살 나는 셋째는 아직 커텐도 걷지 않은 컴컴한 교실에 남아 있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난로에 불은 이글이글 타오른다. 그리고 난로 위에 놓인 주전자에서는 물 끓는 소리가 설설한다. 밖에서는 여전히 애들의 떠드는 소리 싸움하는 소리가 뚜렷이 들려온다. 마침 손뼉 치는 소리와 함께 “하하” 웃는 소리에 셋째는 얼핏 창문 켠으로 가서 커튼을 들쳤다. 눈허리가 시큼해졌다. 밖에는 함박꽃 같은 눈이 소리없이 푹푹 쏟아진다. 그리고 저켠 울타리로 돌아가며 심은 다방솔 포기며 아카시아 나무엔 꽃이 하얗게 송이송이 피었다. 운동장 가운데는 눈사람이 눈..

한국단편문학 2023.03.22

어머니와 딸 (하) - 강경애 -

어머니와 딸 (하) - 강경애 - 4. 세 친구 재일은 늦게 일어났다. 하여 세수도 하기 전에 원선의 하숙을 찾았다. 그는 새로 깐 다다미 위에 비스듬히 책상켠을 의지하여 책을 보고 있었다. 아침 산뜻한 햇빛에 그의 얼굴은 한층 더 윤택해 보였다. “여보게, 벌써 책인가?” 그는 빙긋이 웃으며 아까보다도 줄을 빨리 타내려갔다. “그만두게, 밤낮 책만 들고……” 책을 뺏으려 하였다. 그는 책 든 손을 물리며, “마자 보아야겠네. 잠깐만 기다리게.” 재일은 후다닥 일어났다. “가겠네.” 그제야 책을 놓고 눈을 부비치고 바라보았다. “놀다 가게나.” “아니, 나 밥 안 먹었어. 봉준 군과 놀러오게나. 재미있는 일이 있어.” 어차피 잘되었다 하고 책을 들었다. 예정한 페이지까지 보고 난 그는 책을 덮고 기지개를..

한국단편문학 2023.03.15 (2)

어머니와 딸 (상) - 강경애 -

어머니와 딸 (상) - 강경애 - 1. 번민 부엌 뒷대문을 활짝 열고 나오는 옥의 얼굴은 푸석푸석하니 부었다. 그는 사면으로 기웃기웃하여 호미를 찾아들고 울바자 뒤로 돌아가며 기적거린 후 박, 호박, 강냉이 씨를 심는다. 그리고 가볍게 밟는다. 눈동이 따끈따끈하자 콧잔등에 땀이 방울방울 맺힌다. 누구인지 옆구리를 톡톡 친다. 휘끈 돌아보니 복술이가 꼬리를 치면 그에게로 달려든다. 까만눈을 껌벅이면서…… 옥은 호미를 던지고, “복술이 왔니!” 복술의 잔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멍하니 뒷산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과 마주 띄는 이끼 돋은 바위 틈에는 파래진 이름 모를 풀포기가 따뜻한 볕과 맑은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다. 그 옆으로 돌아가며 봄맞이 아이들의 손에 다 꺾인 나뭇가지에는 노랑꽃, 빨강꽃이 송이송이 ..

한국단편문학 2023.03.08 (2)

2023,02,28 변산바람꽃,복수초,노루귀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카톡편지 1 입춘이 지나고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 주변엔 매화가 활짝이며 동백이 환하게 웃고 있지. 마산 내서읍 소노골에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이 노랗고,빨간, 하얀얼굴들을 보인다고 이미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게으른 이 처사는 눈만 멀뚱멀뚱 세월만 죽이고 있네. 버스타고, 택시타고 발품을 보태어 그 얼굴들을 보러 가야 하는데 이리 앉아서 생각만 하고 있으니. 숫자로 꽊 채워진 달력속의 시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만 가고 쫒아가는 난 자꾸, 지쳐만 가는것 같아 ! 코로나 핑계로 한,두번 미루어 버릇 하더니...... 그게 병 이었을까 ??? 글쎄 ! 모르겠어. 아무튼 나갈 준비는 다 해 놨는데...... 언제까지 쫓아가야 되나? 그냥 흐름에 맡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