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 4

인간문제(4 중 3)- 강경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인간문제(4 중 3) - 강경애 - 함박눈이 소리 없이 푹푹 내리는 십이월 이십오일 아침, 용연 동네는 높은 집 낮은 집 할것 없이 함박꽃 같은 눈송이로 덮였다. 이윽고 종소리는 뎅그렁뎅그렁 울려 온다. 그 종소리는 흰눈을 뚫고 멀리멀리 사라진다. “이애, 벌써 종을 치누나.” 옥점 어머니는 말큰말큰한 명주옷을 갈아입으며 곁에서 그에게 옷을 입혀 주는 선비를 보고 속히 입히라는 뜻을 보였다. 그는 치마를 입히고 나서 저고리를 들었다. 옥점 어머니는 입었던 저고리를 얼른 벗었다. 그의 토실토실한 어깨 위는 둥그렇게 드러났다. “내 딸 용키는 해! 벌써 내 뜻을 알고 따땃이 해두었구나.” 아랫목에 미리 놓아 두었던 것이므로 잔등이 따뜻하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덕호가 들어왔다...

한국단편문학 2023.06.30

인간문제(4 중 2)- 강경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인간문제 ( 4 중 2 ) - 강경애 - 신철이를 따라 몽금포에 내려가서 해수욕을 하고 올라온 옥점이는 오늘 아침차로 상경하겠다는 신철이를 만가지 권유로 겨우 붙들었다. 신철이는 옥점이보다도 덕호의 애써 말리는 데 못 이기는 체하고 떠나지 않았으나 실은 웬일인지 그렇게 쉽게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남의 집에 와서 하루 이틀도 아니요 거의 달지경이 되어 오니까 미안함에서 상경하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옥점이는 신철의 남성다운 체격을 웃음을 머금고 바라보았다. “우리 참외막에 가볼까요?” “글쎄요…… 우리 둘이만이 가는 것이 좀…….” 옥점이는 냉큼, “그럼 누구 또 말씀해 보세요?” 그의 속을 뚫고 보려는 듯한 옥점이의 강한 시선을 그는 약간 피하였다. “아버지든..

한국단편문학 2023.06.21

인간문제 (4 중 1) - 강경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 강경애 - 이 산등에 올라서면 용연 동네는 저렇게 뻔히 들여다볼 수가 있다. 저기 우뚝 솟은 저 양기와집이 바로 이 앞벌 농장 주인인 정덕호 집이며, 그 다음 이편으로 썩 나와서 양철집이 면역소며, 그 다음으로 같은 양철집이 주재소며, 그 주위를 싸고 컴컴히 돌아앉은 것이 모두 농가들이다. 그리고 그 아래 저 푸른 못이 원소(怨沼)라는 못인데, 이 못은 이 동네의 생명선이다. 이 못이 있길래 저 동네가 생겼으며, 저 앞벌이 개간된 것이다. 그리고 이 동네 개 짐승까지라도 이 물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못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무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네 농민들은 이러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 전설을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으며, 따..

한국단편문학 2023.06.12

약한 자의 슬픔 - 김동인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약한 자의 슬픔 - 김동인 - 1 가정교사 강 엘리자베트는 가르침을 끝낸 다음에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이제껏 쾌활한 아이들과 마주 유쾌히 지낸 그는 찜찜하고 갑갑한 자기 방에 돌아와서는 무한한 적막을 깨달았다. ‘오늘은 왜 이리 갑갑한고? 마음이 왜 이리 두근거리는고?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아 있는 것 같군. 어찌할꼬. 어디 갈까. 말까, 아. 혜숙이한테나 가보자. 이즈음 며칠 가보지도 못 하였는데.’ 그의 머리에 이 생각이 나자, 그는 갑자기 갑갑하던 것이 더 심하여지고 아무래도 혜숙이한테 가보여야 될 것같이 생각된다. “아무래도 가보여야겠다.” 그는 중얼거리고 외출의를 갈아입었다. ‘갈까? 그만둘까?’ 그는 생각이 정키 전에 문 밖에 나섰다. ..

한국단편문학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