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4

표구된 휴지 - 이범선 -

표구된 휴지                                                                         - 이범선 -  니무슨주변에고기묵건나.  콩나물무거라.  참기름이나마니처서무그라.   누렇게 뜬 창호지에다 먹으로 쓴 편지의 일절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피곤할 때면 화실 안쪽 벽에 걸린 그 조그만 액자의 편지를 읽는 버릇이 생겼다. 그건 매우 서투른 글씨의 편지다. 앞 부분과 끝 부분은 없고 중간의 일부분만인 그 편지는 누가 누구에게 보낸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내용으로 미루어 시골에 있는 늙은 아버지  ( 어쩌면 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가 서울에 돈 벌러 올라온 아들에게 쓴 것으로 생각되는 까닭은 그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그보다더 더 그 편지의 종이나 글..

한국단편문학 2024.08.29

"꽃누리장나무"

사진을 클릭해서 크고 선명하게 보세요."꽃누리장나무"   마편초과 누리장나무속 낙엽활엽관목으로 원산지는 인도,중국이라 합니다. 잎과 줄기에서 누린내가 나서 누리장나무라 했답니다.   전체적인 꽃크기는 10cm 이상  호빵 크기만 하며 빨갛고 하얀 꽃송이는 가히 일품 입니다.   7~8월에 개화를 하고 멀리서 보면 수국 같기도 합니다.   보통 관상수로 화단에 많이 심습니다.    오신 손님 모두 !활짝 웃는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야생화-단일 2024.08.27

산 - 이효석 -

사진을 클릭해서 크고 선명하게 보세요.                              산                                                           - 이효석 - 나무하던 손을 쉬고 중실은 발 밑의 깨금나무 포기를 들쳤다. 지천으로 떨어지는 깨금알이 손안에 오르르 들었다. 익을 대로 익은 제철의 열매가 어금니 사이에서 오도독 두 쪽으로 갈라졌다. 돌을 집어던지면 깨금알같이 오도독 깨어질 듯한 맑은 하늘, 물고기 등같이 푸르다. 높게 뜬 조각구름 때가 해변에 뿌려진 조개껍질같이 유난스럽게도 한편에 옹졸봉졸 몰려들 있다. 높은 산등이라 하늘이 가까우련만 마을에서 볼 때와 일반으로 멀다. 구만 리일까 십만 리일까. 골짜기에서의 생각으로는 산기슭에만 오르면 만..

한국단편문학 2024.08.23

역마(驛馬) - 김동리 -

역마(驛馬)                          - 김동리 - 「화개장터」의 냇물은 길과 함께 흘러서 세 갈래로 나 있었다. 한 줄기는 전라도 구례(求禮)쪽에서 오고 한 줄기는 경상도쪽 화개협(花開峽)에서 흘러 내려, 여기서 합쳐서, 푸른 산과 검은 고목 그림자를 거꾸로 비치인 채, 호수같이 조용히 돌아, 경상 전라 양도의 경계를 그어주며, 다시 남으로 남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섬진강(蟾津江) 본류(本流)였다.   하동(河東), 구례, 쌍계사(雙磎寺)의 세 갈래 길목이라 오고가는 나그네로 하여, 「화개장터」엔 장날이 아니라도 언제나 흥성거리는 날이 많았다. 지리산(智異山) 들어가는 길이 고래로 허다하지만, 쌍계사 세이암(洗耳岩)의 화개협 시오 리를 끼고 앉은 「화개장터」의 이름이 높았다. 경상 ..

한국단편문학 2024.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