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구된 휴지 - 이범선 - 니무슨주변에고기묵건나. 콩나물무거라. 참기름이나마니처서무그라. 누렇게 뜬 창호지에다 먹으로 쓴 편지의 일절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피곤할 때면 화실 안쪽 벽에 걸린 그 조그만 액자의 편지를 읽는 버릇이 생겼다. 그건 매우 서투른 글씨의 편지다. 앞 부분과 끝 부분은 없고 중간의 일부분만인 그 편지는 누가 누구에게 보낸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내용으로 미루어 시골에 있는 늙은 아버지 ( 어쩌면 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가 서울에 돈 벌러 올라온 아들에게 쓴 것으로 생각되는 까닭은 그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그보다더 더 그 편지의 종이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