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나무는 심어 놓고 - 이태준 - “자꾸 돌아봔 뭘 해. 어서 바람을 졌을 때 휑하니 걸어야지….” 하면서 아내를 돌아보는 그도 말소리는 천연스러우나 눈에는 눈물이 다시 핑그르르 돌았다. 이 고갯마루만 넘어서면 저 동리는 다시 보려야 안 보이려니 생각할 때 발도 천 근이나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이 고개, 집에서 오 리밖에 안 되는 고개, 나무를 해, 지고 이 고개턱을 넘어설 때마다 제일 먼저 눈에 띄곤 하던 저 우리 집, 집에서 연기가 떠오르는 것을 볼 때마다 허리띠를 조르고 다시 나뭇짐을 지고 일어서곤 하던 이 고개, 이 고개에선 넘어가는 햇빛에 우리 집 울타리에 빨아 넌 아내의 치마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