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다원시대 (密茶苑時代) - 김동리 - 부산진(釜山鎭)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차는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몸을 뒤로 뻗대었다. 초량역(草梁驛)에서 본역(本驛)까지는 거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재듯 늑장을 부렸다. 이중구(李重九)는 팔목시계를 보았다. 여섯시 이십분. 어저께 세시 십오분 전에 탔으니까 꼭 스물일곱 시간하고 삼십오 분이 걸린 셈이다. 스물일곱 시간하고 삼십오 분. 그렇다 그동안 중구의 머릿속은 줄곧 어떤‘땅끝’이라는 상념으로만 차 있은 듯했다. 끝의 끝, 막다른 끝, 거기서는 한 걸음도 더 나갈 수 없는,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허무의 공간’으로 떨어지고 마는, 그러한‘최후의 점(點)’같은 것에 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