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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 하인 - 나도향 -

계집 하인 1925년 나도향 1박영식은 관청 사무를 끝내고서 집에 돌아왔다. 얼굴빛이 조금 가무스름한데 노란빛이 돌며, 멀리 세워 놓고 보면 두 눈이 쑥 들어 간 것처럼 보이도록 눈 가장자리가 가무스름 한데 푸른빛이 섞이었다. 어디로 보든지 호색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 삼십 내외의 청년이다. 문에 들어선 주인을 본 아내는 웃었는지 말았는지 눈으로 인사를 하고 모자와 웃옷을 받아서 의걸이에 걸며, “오늘 어째 이렇게 일찍 나오셨소?” 하며 조금 꼬집어 뜯는 듯한 수작을 농담 비슷이 꺼낸다. 영식은 칼라를 떼면서 체경 앞에 서서, “이르긴 무엇이 일러, 시간대로 나왔는데” ..

한국단편문학 2026.08.29

집주릅 - 김동인 -

집주릅 - 김동인 - 1김연실이가 친구 최명애의 집에 몸을 기탁하고 있다가 하마터면 명애의 남편과 이상한 사이가 될 뻔하고, 그 집에서 뛰쳐나와서 문학청년 김유봉이 묵고 있는 패밀리 호텔을 숙소로 한 다음한동안은 연실에게 있어서는 과연 즐거운 세윌이었다. 첫째로 김유봉의 연애하는 태도가 격에 맞았다. 아직껏 김연실이라는 한 개 여성을 두고 그 위를 통과한 여러 남성이 첫째로는 열다섯 살 난 해에 그에게 국어를 가르쳐주던 측량쟁이에서 시작하여 농학생이 모며 그 밖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모두 평범한 연애였다. 연실이가 읽은 많은 소설 가운데 나오는 그런 달콤하고 시적인 연애는 불행이 아직 경험하지 못하였다. 여류 문학자로 자임하고,..

한국단편문학 2026.08.22

선구녀 - 김동인 -

선구녀 김연실전의 후일담 - 김동인 - 1 수없는 인명과 수없는 재물과 수없는 인류의 보화를 삼키고 세계대전쟁이 종식이 되었다. 일본도 이 전쟁에 참가는 하였다 하나 겨우 동양의 한구석 교주만(膠州灣 :‘자오저우 만’의 잘못. 중국 산둥 반도 남쪽, 황해에 접하여 있는 만. 제1차 세계대전 때에 일본이 점령하였으나, 1922년에 중국에 반환하였다.) 근처에서 퉁탕거려보고 의리적으로 불란서 전선에 군대를 약간 보내본 뿐이라 재정적으로 손해가 극히 적었다. 그 대신 이 전쟁 때문에 얻은 이익은 지극히 컸다. 지금껏 온갖 약품이며 기계를 독일에서 수입하던 것이 독일과 국교 단절을 한 관계상 자작자급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서 과학계의 발달이 놀..

한국단편문학 2026.08.15

김연실전 - 김동인 -

김연실전 - 김동인 -이 작품 「김연실전」과 이어지는 「선구녀」, 「집주릅」 은 일종의 연작소설 이다 - 김동인 - 1 연실이의 고향은 평양이었다. 연실이의 아버지는 옛날 감영의 이속(吏屬)이었다. 양반 없는 평양에서는 영리(營吏)들이 가장 행세하였다. 연실이의 집안도 평양에서는 한때 자기로라고 뽐내던 집 안이었다. 연실이는 부계로 보아서 이 집의 맏딸이었다. 그보다 석 달 뒤에 난 그의 오라비동생이 그 집안의 맏상제였다. 이만한 설명이면 벌써 짐작할 수 있을 것이지만, 연실이는 김영찰의 소실(퇴기)의 소생이었다. 김영찰의 딸이 웬심인지 최 이방을 닮았다는 말썽도 어려서는 적지 않게 들었지만, 연실이의..

한국단편문학 2026.08.08

탑 - 황석영 -

탑 황 석 영 본대로부터 R에 :도착했을 때, 겨우 아홉 명의 병사가 맡은 무모한 임무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본대에서 출발할 때는 그 지역이 몹시 중대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네 명의 후보자 가운데 내가 선택되었던 것은 우연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립고 타당한 우연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미군 혼성 지원기지인 아메리칼 사단의 합동 기동순찰병으로서 마치 관광객과 같은 파견생활을 하였다. 그 미군기지는 해안을 따라서 모래밭 위에 엄청난 대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LST로부터 상륙했을 때 모래먼지가 일고 있는 광대한 벌판 위에서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것은 ..

한국단편문학 2026.08.01

석류 - 이효석 -

석 류 - 이효석 - 1혀끝에 뱅뱅 돌면서도 쉽사리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없는 맛과도 흡사하다. 이윽고 석류였음을 깨달았을 때 재희의 마음은 무지개를 본 듯이 뛰놀았다. 옛 병풍 속의 석류의 그림이 기억 속에 소생되어 때를 주름잡고 눈앞에 떠올랐다. 어디서 흘러오는지도 모르게 그윽하게 코끝을 채는 그리운 옛 향기. 약 그릇이 놓이고 어머니가 앉았고 머리맡에 병풍이 둘러처 있었다. 약 향기가 어머니의 근심스러운 얼굴에 서리었고 병풍 속 나무에 석류가 귀하였다. 익은 송이는 방긋이 벌어져 붉은 알이 엿보이고 익으려는 송이는 막 열리려고 살에 금이 갔다. 그런 송이는 어린 기억과 같이 부끄러웠다. 오랫동안 까닭도 없이 몸이 고달프던 것이 이틀 전 ..

한국단편문학 2026.07.25

도둑맞은 가난 - 박완서 -

도둑맞은 가난 - 박완서 - 상훈이가 오늘 또 좀 아니꼽게 굴었다. 찌개 냄비를 열자 두부점 위에 하필 커다란 멸치란 놈이 올라와 있었고, 그걸 본 상훈이는 허연 멸치 눈깔 징그럽다고 대가리는 좀 따고 넣으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점잖게 눈살까지 찌푸리며 그런 소리를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이보란 듯이 대가리를 따서 입 속에 넣고 자근자근 씹으며 대가리에 영양분이 더 많은 것도 모르느냐고 대거리를 했다. 멸치가 아무리 커도 멸치는 멸친데 그까짓 멸치 대가리에 달린 파리똥만 한 눈깔 따위에 다 신경을 쓰는 상훈이가 나는 아니꼽기도 하거니와 막연히 불안하기도 했다. 나는 내가 저를 얼마나 마땅찮아하고 있나를 나타내기 위해 입을 삐죽하며 눈을 ..

한국단편문학 2026.07.18

흥남철수 - 김동리 -

흥남철수 - 김동리 - 유엔군 서북 전선이 철수를 개시한 십 일월 이십칠팔일 그 무렵, 아직도 북으로 진격을 계속하고 있던 동북 전선 일대는, 바야흐로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뿌옇게 싸여 있었다. 이십오일에 이미 나남(羅南), 청진(淸津)을 탈환한, 국군 장병은 다시, 회령(會寧), 나진(羅津)을 향하여 이십구일에도 북진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경을 목적하고 맹진(猛進)하는 유엔 연합군을 좇아 이왕이면 두만강 얼어붙은 강면(江面)까지 바라보고 돌아오자고, 의견이 합치된 철(澈)의 일행 세 사람이 함흥(咸興)에서 청진 가는 선편(船便)을 교섭하러, 당지 주둔의 정훈대를 찾아간 것은 삼십 일 오후였다. 거기서 처음으로 이십팔일에 공포..

한국단편문학 2026.07.11

윤회설(輪廻說) - 김동리 -

윤회설(輪廻說) - 김동리 - 두꺼비를 잡아먹은 능구렁이는 과연 죽었다. 그러나 그 죽은 능구렁이의 뼈 마디마다 생겨난 그 수많은 두꺼비의 새끼들은, 그 형제들은, 또 서로 싸우고 서로 미워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였다. “오빠는 천성이 고독을 좋아하시니 괜히 홀로 고집을 부리시는 게지, 지식인치고 좌익단체에 가담하지 않은 이가 몇이나 있기에 그러세요?” 성란(性蘭)은 얼굴이 빨갛게 되어 종우(宗祐)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 “혜련도 이제는 뭐, 토요일마다 예술가동맹에 나온대나요…… 두고 보세요, 이제 오빠를 지지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나 있는가.” 종우는 혜련(惠蓮)이란 말에 가슴이 뜨끔하였으나 역시 아무..

한국단편문학 2026.07.04

아버지의 땅 - 임철우 -

아버지의 땅 - 임철우 - 쫓겨 가는 한 마리 딱정벌레처럼 트럭은 저만치 들판 가운데로 난 황톳길을 따라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바퀴가 튀어 오를 때마다 덜컹대는 쇳소리가 들려왔고 꽁무니로 부옇게 마른 먼지가 피어올랐다. 덮개 없는 트럭의 뒤칸에 홀로 쭈그려 앉은 채 실려 가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유난히도 자그맣게 오므라들어 있어 보였다. 뒤칸에 적재된 알루미늄 식깡*들이 이따금 섬뜩하리만큼 차가운 금속성의 광선을 되쏘곤 했다. 풀잎들이 저마다 윤기를 잃어가고 있는 들녘과 차츰 잿빛으로 퇴색해가기 시작하는 야산의 정지된 풍경 속에서 그것은 안간힘을 쓰며 집요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단 하나의 운동체였다. ..

한국단편문학 2026.06.27

섬섬옥수 - 황 석 영 -

섬섬옥수 - 황 석 영 - 나는 파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오빠에게만 간단히 파혼하겠다는 뜻을 비쳤는테,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다. 나는 지극히 간단하고도 당연한 대답을 했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란 대답이었다. 가족들이 처음엔 당황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어려서부터의 내 성미를 아는지라 묵묵히 허용하는 기색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지방 소도시에서 유지 노릇을 하는 흔한 부자였다. 흔하다고는 하지만, 극장과 백화점을 경영하는 성공한 실업가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들의 내게 대한 기대와 관심은 대단했다. 한때는 내 훌륭한 약혼자였던 남자에게 나는 짤막한 편지를 써 보냈다. 불면으로 눈이 충혈된 그 남자가 새벽에 달려왔고,..

한국단편문학 2026.06.20

행랑자식 - 나도향 -

행랑자식 - 나도향 - 어떠한 날, 춥고 바람 많이 불던 겨울밤이었다. 박 교장(朴校長)의 집 행랑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나더니 꺼져가는 촛불처럼 차츰차츰 소리가 가늘어간다. 그러다가는 다시 옆에서 어린애 입에 젖꼭지를 물리고서 졸음 섞여 꽥 지르는 소리로, “어서 읽어!” 하는 어머니 소리에 다시 글소리는 굵어진다. 나이는 열두 살. 보통학교 4년급에 다니는 진태(鎭泰)라는 아이니 그 박 교장의 행랑아범의 아들이다. 왱왱 외우던 글소리는 단 2분이 못 되어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는 동리집 시계가 열한시를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면은 고요하였다. 2 이튿날 날이 밝은 뒤에 보니까 온 마당, 지붕, 나뭇가지에 눈이 ..

한국단편문학 2026.06.13

마른 꽃 - 박완서 -

마른 꽃 -박완서 -처음에 나는 그의 손밖에 보지 못했다. 반지 낀 손이었다. 백금 반지에 박힌 깊은 청남색 돌이 ‘아쿠아마린’ 이라는 걸 단박 알아보았다. 비싼 건 아니지만 흔한 돌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보석 보는 눈이 밝은 건 전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한때 무궁화 다섯 개짜리 호텔 지하상가에서 보석상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말재주에 반해 거기 자주 놀러 다닌 일은 있지만 그때 얻어들은 이야기도 보석의 질이나 진짜 가짜를 감식하는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쓰잘데없는 것들이었다. 미인이 자기도 모르게 인물값을 하듯이 보석도 그 아름다움에 홀린 인간의 운명을 간섭하게 돼 있다는..

한국단편문학 2026.06.06

" 장미공원 26년 "

" 장미공원 26년 " 2026.05.22. 장미공원입니다. 작년에는 장미꽃이 기준 이었는데 올해는 공원 주변과 구조를 이모저모 눈에 보이는 대로 담았습니다.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는 훌륭한 공간입니다. 나무 그늘이 크게 지어, 그 밑에 색색갈의 긴의자, 평상, 흔들의자 등이 있으며 주변시설로는 화장실,주차장,전기자동차 충전소가 있습니다. 생활체육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공원옆으로는 걷기운동 할 수 있는 약 520m 정도의 바닥이 고무로 된 둘레길도 있습니다. 그옆에서는 또 맨발로 걷기운동을 할 수 있게 맨땅으로 된 걸음길도 있습니다. 장미공원 !!! 여기 그모습을 두서없이 소개를 합니다. 오늘 여기 오신손님. 즐거운 일만 가득 하기를 바랍니다.

나들이 이야기 2026.06.04

" 공조팝나무 " 143

" 공조팝나무 " 143 4~5월에 여러개의 하얀 꽃들이 공같이 둥글게 늘어진 가지따라 치렁치렁 열리는 공조팝나무는, 전국적으로 볼 수가 있으며 장미목 > 장미과 > 조팝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으로 높이 1-2m 정도로 자랍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눈이 소복히 쌓인 것처럼 보입니다. 공조팝나무는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식물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우리네 정서와도 잘 어울리는 그 깨끗한 모습으로 해서 사찰이나,전통가옥,공원,정원등에서 많이 보입니다. 길을 따라 하얗게 심기도 합니다. 종류가 많아서 정확한 이름을 불러 주는것이 쉽지 않은데 이 나무는 그모습 형태로 보아, 불러 주기가 쉽습니다. 조팝나무는 가지를 따라 작은꽃들이 하얗게 피는게 큰 특징입니다. 꽃말은 '노련하..

야생화-단일 2026.06.02

일본조팝나무 142

" 일본조팝나무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떨기나무입니다. 원산지는 일본으로 일본,한국,중국에 분포한다고 합니다. 키는 1m 정도에 꽃은 줄기에 모여 납니다. 줄기 밑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꽃은 5월부터 8월까지 볼 수가 있고 빨간색,연한 분홍색, 드물게 흰색의 꽃이 핀다고 합니다. 생육환경은 배수가 잘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합니다 추위와 더위에도 강해서 병해충 발생도 적어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습니다. 화려한 꽃으로 관상가치가 높아 공원,수목원,아파트화단,도로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식재되고 있습니다. 보기에도 좋고 키우기도 쉬운 일본조팝나무 입니다. 우리나라 조팝나무와는 상관이 없으며 하얀꽃, 참조팝,공조팝나무 꽃이 진 후에 피는 꽃입니다. 밝은 날, 좋은 날, ..

야생화-단일 2026.06.01

화랑의 후예 - 김동리 -

화랑의 후예 - 김동리 - 1황진사(黃進士)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아침을 먹고 등산을 할 양으로 신발을 신노라니 웃방에서 숙부님이 부르셨다. "오늘 네 날 따라가볼래?" 숙부님은 방문을 열고 툇마루에 나오시며 이렇게 물었다. "어디요?" "저 지리산에서 도인이 나와 사주와 관상을 보는데 아주 재미난단다." "싫어요, 숙부님께서나 가슈.” 나는 단번에 거절하였다. "왜, 싫긴?" "난 등산할 참인데……." "것두 좋긴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한번 따라와봐……. 무슨 사주 관상 뵈이는 게 재미난단 말이 아니라,' 그런 데서도 배울게 있으니……. 더구나 거기 뫼드는 인물들이란 그대로 ..

한국단편문학 2026.05.30

향수(鄕愁)- 이효석 -

향수(鄕愁) - 이효석 - 찔레순이 펴지고 화초포기가 살아났다고 해도 원체가 고양이 상판만큼밖에 안되는 뜰 안이라 자복히 깔아놓은 조약돌을 가리면 푸른 것 돋아나는 흙이라고는 대체 몇 줌이나 될 것인가. 늦여름에 해바라기가 솟아나고 국화나 우거지면 돌밭까지 가리워버려 좁은 뜰 안은 오종종하게 더욱 협착해보인다. 우러러보이는 하늘은 지붕과 판장에 가리워 쪽보(명사‘조각보’의 북한어)만큼 작고 언덕 아래 대동강을 굽어보려면 복도에서 제기를 디디고 서야만 된다. 이 소꿉질 장난감 같은 베이비 하우스에서 집을 다스리고 아이를 돌보고 몸을 건사해야 하는 아내의 처지라는 것을 생각하면 별수없이 새장 안의 신세밖에는 안 되어 보..

한국단편문학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