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문학 175

대한민국 헌법

대한민국 헌법 목 차 1. 전문 2. 제1장 총강 3.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4. 제3장 국회 5. 제4장 정부 5.1. 제1절 대통령 5.2. 제2절 행정부 5.2.1. 제1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5.2.2. 제2관 국무회의 5.2.3. 제3관 행정각부 5.2.4. 제4관 감사원 6. 제5장 법원 7. 제6장 헌법재판소 8. 제7장 선거관리 9. 제8장 지방자치 10. 제9장 경제 11. 제10장 헌법개정 12. 부칙 1.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

한국단편문학 2025.11.08

서울, 1964년 겨울 - 김승옥(金承鈺) -

서울, 1964년 겨울 - 김승옥(金承鈺) -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 오뎅과 군 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을 팔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트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軍用)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그 날 밤, 우리 세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 우리 세 사람이란 나와 도수 높은 안경을 쓴 안(安)이라는 대학원 학생과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요컨대 가난뱅이라는..

한국단편문학 2025.11.01

비극은 그 아픔을 정직한 진실로 이끌어 줍니다 - 신영복 -

비극은 그 아픔을 정직한 진실로 이끌어 줍니다 - 신영복 -그 어디에도 회한의 흔적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애일당 옛터에서 마음에 고이는 것은 도리어 그의 누님인 허난설헌의 정한(情恨)이었습니다. 조선에서 태어난 것을 한하고 여자로 태어난 것을 한하던 그녀의 아픔이었습니다. 그러나 허난설헌의 무덤을 찾을 결심을 한 것은 오죽헌을 돌아나오면서였습니다. 오죽헌은 당신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율곡과 그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를 모신 곳입니다. 사임당은 마침 은은한 국화향기속에 앉아 돌층계위 드높은 문성사(文成祠)에 그 아들인 율곡을 거두어 두고 있었습니다. 율곡..

한국단편문학 2025.10.25

산촌 여정 - 이상 -

산촌 여정 - 이상 - 향기로운 MJB(커피의상표)의 미각을 잊어버린 지도 20여 일이나 됩니다. 이 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 오고 체전부(遞傳夫)는 이따금 하드롱 빛 소식을 가져옵니다. 거기는 누에고치와 옥수수의 사연이 적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사는 일가 때문에 수심이 생겼나 봅니다. 나도 도회에 남기고 온 일이 걱정이 됩니다. 건너편 팔봉산에는 노루와 멧돼지가 있답니다. 그리고 기우제 지내던 개골창까지 내려와서 가재를 잡아먹는 곰을 본 사람도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밖에 볼 수 없는 짐승, 산에 있는 짐승들을 사로잡아다가 동물원에 갖다 가둔 것이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짐승들을 이..

한국단편문학 2025.10.18

무너진 극장 - 박태순 -

무너진 극장 - 박태순 - 1960년대에 접어들자마자 일어났던 4·19사태에 대하여 우리가 갖는 정직한 느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때는 바야흐로 비상시국이었으며, 일차 모든 기성의 질서들이 무시되는 혼란의 시기였다. 오도(誤導)된 질서에 대한 반발이 극심하게 표현되었던 시기였다. 기성 질서의 테두리 속에서 비겁한 안정을 꾀하던 지배자층의 총알에 맞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붙잡힌 학생들은 고문을 당했다. 계엄령이 선포되었으며 통금위반에 걸린 사람들은 얻어터졌다. 경찰은 여관과 가택을 수색했다. 병원마다 젊은이들은 빵꾸가 난 육체를 가누지 못해 죽음과 고통을 함께 느끼며 신음하였다. 때는 비상시국이었으므로,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는..

한국단편문학 2025.10.11

강(江) - 서정인 -

강(江) - 서정인 - "눈이 내리는 군요." 버스 안. 창쪽으로 앉은 사나이는 얼굴빛이 창백하다. 실팍한 검정외투 속에 고개를 웅크리고 있다. 긴 머리칼은 귀 뒤로 고개 위에 덩굴 줄기처럼 달라붙었는데 가마 부근에서는 몇 낱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섰다. "예. 진눈깨빈데요." 그의 머리칼 위에 얹힌 큼직큼직한 비듬들을 바라보고 있던 옆엣 사람이 역시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목소리가 굵다. 그는 멋내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얀 목도리가 밤색 잠바 속으로 그의 목을 감싸 넣어 주고 있다. 귀앞머리 끝에는 면도 자국이 신선하다. 그는 눈발 빗발 섞여 내리는 창밖에 차츰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다. 버스는 이미 떠날 시간이 지났는데도 태연하기만 하다. "뭐?..

한국단편문학 2025.10.04

엄마의 말뚝 3 - 박완서 -

엄마의 말뚝 3 - 박완서 - 어머니는 그후 7년을 더 사셨다. 그 7년 동안은 고요하고 참담했다. 80 고령의 골절상은 역시 치명적이었다. 더군다나 골반 골절이었다. 몇번에 걸친 재수술 끝에 뜨개질 바늘처럼 긴 쇠막대기를 일정 각도로 구부려서 골반과 대퇴골을 연결하는 걸로 겨우 보행을 할 수 있을 만큼 다친 다리를 복원할 수는 있었지만, 그 다리가 세 치는 짧아진 듯했다. 회복된 어머니는 몹시 절룩거렸고 막대기의 각도 때문에 의자에 앉는 것 외엔 바닥에 털썩 앉는 게 불가능해졌다. 누울 때도 걸터앉았다가 윗몸을 뒤로 제치면서 다리를 올려 뻗는 순서로 누워야 했기 때문에 침대를 쓸 수밖에 없었다. ..

한국단편문학 2025.09.28

엄마의 말뚝 2 - 박완서 -

엄마의 말뚝 2 - 박완서 -여지껏 우리집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불상사는 하나같이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일어났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집을 비우되 몸과 마음이 함께 떠났을 때, 그러니까 집 걱정은 조금도안하고 바깥 재미에 흠뻑 빠졌다가 돌아왔을 때 영락없이 집에선 어떤 사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첫애 젖을 떼고 났을 무렵이었다. 애 기르는 일의 가장 어렵고 손 많이 가는 고비에서 놓여났다는 해방감에서였는지 동창계 모임에서 느긋하게 화투판에 끼어 들게 되었다. 층층시하 핑계, 젖먹이 핑계로 어깨 너머로 잠깐잠깐씩 구경이나 하다가 남 먼저 자리를 뜨던 화투판에 처음으로 끼어 들고 보니, 선무당이 사..

한국단편문학 2025.09.21

엄마의 말뚝 1 - 박완서 -

엄마의 말뚝 1 - 박완서 - 농바위 고개만 넘으면 송도(松都)라고 했다. 그러니까 농바위 고개는 박적골에서 송도까지 사이에 있는 네 개의 고개 중 마지막 고개였다. 마지막 고개답게 가팔랐다. 이십 리를 걸어 온 여덟 살 먹은 계집애의 눈에 고개는 마치 직립(直立)해 있는 것처럼 몰인정해 보였다. 그러나 무성한 수풀을 뚫고 지나간 것처럼 고갯길이 끝나면서 뻥하게 열린 하늘은 우물 속의 하늘처럼 아득하게 괴어 있어서 나를 겁나게도 가슴 울렁거리게도 했다. 나는 타박타박 쉬지 않고 걸었다. 양손을 엄마와 할머니가 잡고 있었다. 엄마도 할머니도 머리에 커다란 임을 이고 있었다. 내 걸음걸이가 지쳐 보일 때면 엄마와 할머니는 서로 눈을 맞추고는 양쪽에서 내 겨드랑..

한국단편문학 2025.09.14

겨울의 환(幻) - 김채원 -

겨울의 환(幻) - 밥상을 차리는 여인 - 김채원 - 1 언젠가 당신은 제게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을 한 번 써 보라고 말하셨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지나쳐 들었습니다, 라기보다 글이라고는 편지와 일기 정도밖에 써보지 못한 제가 어떻게 그런 것을 쓸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저는 감정의 훈련도, 또한 그 감정을 끌어내어 표현하는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그때부터 죽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에 대해서 분명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그 말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어떤 매혹을 느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그 말에서 스스로를 여자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얘기..

한국단편문학 2025.09.07

서투른 도적 - 현진건 -

서투른 도적 - 현진건 -창의문 밖 살림을 차린 뒤로 안잠자기 때문에 약간 머리를 앓지 않았다. 개똥에 굴러도 ‘문안이 좋지 그 두메에 누가……’ 하고 그들은 처음부터 오기를 싫어한다. 일갓집들의 연줄 연줄로 간신히 하나 구해다가 놓으면 잘 있어야 한두 달 그렇지 않으면 단 사흘이 못되어 봇짐을 싼다. 속살 까닭은 여러 가지겠지만 드러내 놓는 이유는 한결같이, ‘뻐꾹새와 물소리가 구슬퍼서……’ 한다. 불행한 인생의 길을 걷는 그들에겐 집을 에두르는 시냇물 노래와 뒷산 속에서 새어 흐르는 뻐꾸기의 울음도 시름을 자아낼 뿐인 모양이다. 어둑어둑한 소나무 그늘 밑에 그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씻게 되고..

한국단편문학 2025.08.30

서편제 - 이청준 -

서편제 - 이청준 - 남도사람․1 여자는 초저녁부터 목이 아픈 줄도 모르고 줄창 소리를 뽑아대고, 사내는 그 여인의 소리로 하여 끊임없이 어떤 예감 같은 것을 견디고 있는 표정으로 북장단을 잡고 있었다. 소리를 쉬지 않는 여자나, 묵묵히 장단 가락만 잡고 있는 사내나 양쪽 다 이마에 힘든 땀방울이 솟고 있었다. 전라도 보성읍 밖의 한 한적한 길목 주막. 왼쪽으로 멀리 읍내 마을들을 내려다보면서 오른쪽으로는 해묵은 묘지들이 길가까지 바싹바싹 다가앉은 가파른 공동 묘지 -그 공동 묘지 사이를 뚫어나가고 있는 한적한 고갯길목을 인근 사람들은 흔히 소릿재라 말하였다. 그리고 그 소릿재 공동 묘지 길의 초입..

한국단편문학 2025.08.23

양(羊) - 윤흥길 -

양(羊) - 윤흥길 - “그 원수녀르것 아직도 안 뒈졌다냐?” 윤봉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어머니는 늘 이런 식으로 막내의 안부를 묻곤 했다. 윤봉이는 홍역을 앓고 있었다. 어머니의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가슴 한쪽이 뜨끔했다. 그러면서 우리 집안이 그래도 행복했던 시절에 일찌감치 그 몹쓸 병을 앓아 둔 것에 감사했다. 하기야 따지고 보면 그것은 괜한 걱정이었다. 윤봉이와 나와는 엄연히 입장이 달랐다. 때문에 7년 전으로 거슬러 오르면서까지 내게 쏟아졌을지도 모를 구박을 상상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나는 그럴수록 자신을 가지고 어머니의 심정에 공감하는 편이었다. 어머니와 완전히 한통속이 되어 막내의 투병이 제발 비극으로..

한국단편문학 2025.08.16

까치소리 - 김동리 -

까치소리 - 김동리 - 단골 서점에서 신간을 뒤적이다 『나의 생명을 물려 다오』하는 얄팍한 책자에 눈길이 멎었다. ‘살인자의 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생명을 물려준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나는 무심코 그 책자를 집어 들어 첫장을 펼쳐 보았다. ‘책머리에’라는 서문에 해당하는 글을 몇 줄 읽다가 나도 어릴 때는 위대한 작가를 꿈꾸었지만, 전쟁은 나에게 살인자라는 낙인을 찍어 주었다는 말에 왠지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비슷한 말은 전에도 물론 얼마든지 여러 번 들어 왔던 터이다. 그런데도 이날 나는 왜 그 말에 유독 그렇게 가슴이 뭉클해졌는지, 그것은 나도 잘 모를 일이다. 위대한 작가를 꿈꾸었다는 말에 느닷없는 공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나..

한국단편문학 2025.08.12

후송(後送) - 서정인 -

후송(後送) - 서정인 - “성 중위님, 참모장님이 부르십니다.” 잘 닦아 번쩍이는 계급장을 단 상병이 삐걱거리는 판자바닥 위로 몇 걸음 걸어오면서 말했다. 콧날이 뾰죽하게 야윈 장교는 아무런 반응이 없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사병은 자기의 말소리가 분명히 상대방에게 들릴 만큼 컸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장교의 눈 간 곳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퀀셋의 열려진 녹색의 창문이 있었고, 그 너머로는 텅 빈 높게 개인 가을 하늘뿐이었다. 사병이 다시 성 중위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그는 천천히 업무일지와 만년필을 집어들면서 일어서고 있었다. 전갈 온 상병은 자기의 말이 전달되었음을 알아채고 덧붙였다. “약간 저기압인 거 같어요..

한국단편문학 2025.08.02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 작자미상 -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 작자미상 - 이른바 규중 칠우(閨中七友)는 부인내 방 가온데 일곱 벗이니 글하는 선배는 필묵(筆墨)과 조희 벼루로 문방 사우(文房四友)를 삼았나니 규중 녀잰들 홀로 어찌 벗이 없으리오. 이러므로 침선(針線) 돕는 유를 각각 명호를 정하여 벗을 삼을새, 바늘로, 세요 각시(細腰閣氏)라 하고, 척을, 척 부인(戚夫人)이라 하고, 가위로, 교두 각시(交頭閣氏)라 하고, 인도로, 인화 부인(引火夫人)이라 하고, 달우리(다리미)로, 울 랑자(熨娘子)라 하고, 실로, 청홍흑백 각시(靑紅黑白閣氏)라 하며, 골모(골무)로, 감토 할미라 하여, 칠우를 삼아 규중 부인..

한국단편문학 2025.07.26

날개 또는 수갑 - 윤흥길 -

날개 또는 수갑 - 윤흥길 - 회람. 조국위 번영과 사(社)의 발전을 외하여 오늘도 불철주야 산업 일선에서 분투 노력하시는 사우 각위. 일취월장하는 우리 동림산업의 기개를 대외에 과시함은 물론 사우간에 일체감을 조성하여 단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는 무엇보다 마땅히 제복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여 왔던 바, 회사를 내 몸같이 아끼고 사랑하시는 동림가족 여러분의 충정 어린 권고와 건의를 그간 예의 검토하신 사장님께서는 금번 이를 십분 인정하시어 가칭 사복제정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우 여러분께서도 주지하다시피 사복이 그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생산부에서는 이미 오래 전서부터 ..

한국단편문학 2025.07.19

탈향 - 이호철 -

탈향 - 이호철 -하룻밤 신세를 진 화차칸은 이튿날 곧잘 어디론가 없어지곤 했다. 더러는 하루 저녁에도 몇 번씩 이 화차 저 화차 자리를 옮겨 잡아야 했다. 자리를 잡고 누우면 그런대로 흐뭇했다. 나이 어린 나와 하원이가 가운데, 두찬이와 광석이가 양 가장자리에 눕곤 했다. 이상한 기척이 나서 밤중에 눈을 떠보면, 우리가 누운 화차칸은 또 화통에 매달려 달리곤 했다. “야야, 깨, 깨, 빨릿…….” 자다가 말고 뛰어내려야 했다. 광석이는 번번이 실수를 했다. 화차 가는 쪽으로가 아니라 반대쪽으로 뛰곤 했다. 내리고 보면 초량 제4부두 앞이기도 했고 부산진역 앞이기도 했다. 이 화차 저 화차 기웃거리며 또 다른 빈 화차를 찾아들어야 ..

한국단편문학 2025.07.12

명량한 밤길 - 공선옥 -

명량한 밤길 - 공선옥 - 비는 거칠게 그리고 지루하게 내렸다. 온 집안에서 습기 냄새가 진동했다. 장마가 시작된 지 일주일째다. 그 일주일 동안 비는 끊임없이 내렸다. …그래도 못 잊어 나 홀로 불러보네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훨훨 날아가자 내 사랑이 숨쉬는 곳으로…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사람아… 훨훨 훨훨 이 밤을 날아서…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사람아… 비오는 날이면 첫사랑이 생각나네요. 첫사랑이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괴로워요. 장마가 일찍 끝났으면 좋겠네요. 성심병원 수간호사… 수와진 파초… 불꽃처럼 살아야 돼 오늘도 어제처럼 저 들판에 풀잎처럼 우리 쓰러지지 말아야 해 모르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행여나 돌아서..

한국단편문학 2025.07.05

도요새에 관한 망상 - 김원일 -

도요새에 관한 망상 - 김원일 - 1 모든 강은 바다로 이어졌다. 강의 하구에는 흙과 모래가 쌓인 삼각주가 있었다. 연장 54킬로미터의 동진강은 동해 남단 바다와 닿았다. 강 하구는 물살이 완만했고 민물과 짠물이 섞였다. 수심 얕은 수초 사이가 산란에 적당하기에 물고기가 모였다. 새우 무리와 조개 무리, 민등뼈동물도 모여들었다. 철새와 나그네새도 삼각주에서 주린 배를 채우며 날개를 손질하곤 떠났다. 나는 강 하구의 얕은 언덕에 앉아 있었다. 삼각주와 바다가 잘 내려다보였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강 하구에서 갈매기들이 날아올랐다. 갈매기들이 날개깃을 쳐대자 그 수다로 조용하던 개펄이 소란해졌다. 갈매기들은 주..

한국단편문학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