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미학(수필) - 조지훈 - 돌의 맛ㅡ 그것도 낙목한천(落木寒天)22)의 이끼 마른 수석(瘦石)1)의 묘경을 모르고서는 동양의 진수를 얻었다 할 수가 없다. 옛사람들의 마당 귀에 작은 바위를 옮겨다 놓고 물을 주어 이끼를 앉히는 거라든가, 흰 화선지 위에 붓을 들어 아주 생략되고 추상된 기골이 늠연한 한 덩어리의 물체를 그려 놓고 이름하여 석수도(石壽圖)라고 바라보고 좋아하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흐뭇해진다. 무미한 속에서 최상의 미(味)를 맛보고, 적연부동(寂然不動)한 가운데서 뇌성벽력을 듣기도 하고, 눈 감고 줄 없는 거문고를 타는 마음이 모두 이 돌의 미학에 통해 있기 때문이다. 동양화, 더구나 수묵화의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