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3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  1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 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 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

한국단편문학 2024.05.15

할머니의 죽음- 현진건 -

할머니의 죽음                                                                               - 현진건 -   '조모주 병환 위독'   3월 그믐날 나는 이런 전보를 받았다. 이는 xx에 있는 생가(生家)에서 놓은 것이니 물론 생가 할머니의 병환이 위독하단 말이다. 병환이 위독은 하다 해도 기실 모나게 무슨 병이 있는 게 아니다. 벌써 여든 둘이나 넘은 그 할머니는 작년 봄부터 시름시름 기운이 쇠진해서 가끔 가물가물하기 때문에 그 동안 자손들로 하여금 한두 번 아니게 바쁜 걸음을 치게 하였다.   그 할머니의 오 년 맏이인 양조모(養祖母)는 갑자기 울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이승에서는 다시 못 보겠다. 동서라도 의로 말하면 친형제나 다..

한국단편문학 2024.05.07

자유종- 이해조 -

자유종 (自由鐘)                                                                                - 이해조 - 천지간 만물 중에 동물 되기 희한하고, 천만 가지 동물 중에 사람 되기 극난하다. 그같이 희한하고 그같이 극난한 동물 중 사람이 되어 압제를 받아 자유를 잃게 되면 하늘이 주신 사람의 직분을 지키지 못함이어늘, 하물며 사람 사이에 여자 되어 남자의 압제를 받아 자유를 빼앗기면 어찌 희한코 극난한 동물 중 사람의 권리를 스스로 버림이 아니라 하리요.   여보, 여러분, 나는 옛날 태평시대에 숙부인(淑夫人)까지 바쳤더니 지금은 가련한 민족 중의 한 몸이 된 신설헌이올시다. 오늘 이매경 씨 생신에 청첩을 인하여 왔더니 마침 홍국란 씨와 강..

한국단편문학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