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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3 - 박완서 -

엄마의 말뚝 3 - 박완서 - 어머니는 그후 7년을 더 사셨다. 그 7년 동안은 고요하고 참담했다. 80 고령의 골절상은 역시 치명적이었다. 더군다나 골반 골절이었다. 몇번에 걸친 재수술 끝에 뜨개질 바늘처럼 긴 쇠막대기를 일정 각도로 구부려서 골반과 대퇴골을 연결하는 걸로 겨우 보행을 할 수 있을 만큼 다친 다리를 복원할 수는 있었지만, 그 다리가 세 치는 짧아진 듯했다. 회복된 어머니는 몹시 절룩거렸고 막대기의 각도 때문에 의자에 앉는 것 외엔 바닥에 털썩 앉는 게 불가능해졌다. 누울 때도 걸터앉았다가 윗몸을 뒤로 제치면서 다리를 올려 뻗는 순서로 누워야 했기 때문에 침대를 쓸 수밖에 없었다. ..

한국단편문학 2025.09.28

엄마의 말뚝 2 - 박완서 -

엄마의 말뚝 2 - 박완서 -여지껏 우리집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불상사는 하나같이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일어났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집을 비우되 몸과 마음이 함께 떠났을 때, 그러니까 집 걱정은 조금도안하고 바깥 재미에 흠뻑 빠졌다가 돌아왔을 때 영락없이 집에선 어떤 사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첫애 젖을 떼고 났을 무렵이었다. 애 기르는 일의 가장 어렵고 손 많이 가는 고비에서 놓여났다는 해방감에서였는지 동창계 모임에서 느긋하게 화투판에 끼어 들게 되었다. 층층시하 핑계, 젖먹이 핑계로 어깨 너머로 잠깐잠깐씩 구경이나 하다가 남 먼저 자리를 뜨던 화투판에 처음으로 끼어 들고 보니, 선무당이 사..

한국단편문학 2025.09.21

엄마의 말뚝 1 - 박완서 -

엄마의 말뚝 1 - 박완서 - 농바위 고개만 넘으면 송도(松都)라고 했다. 그러니까 농바위 고개는 박적골에서 송도까지 사이에 있는 네 개의 고개 중 마지막 고개였다. 마지막 고개답게 가팔랐다. 이십 리를 걸어 온 여덟 살 먹은 계집애의 눈에 고개는 마치 직립(直立)해 있는 것처럼 몰인정해 보였다. 그러나 무성한 수풀을 뚫고 지나간 것처럼 고갯길이 끝나면서 뻥하게 열린 하늘은 우물 속의 하늘처럼 아득하게 괴어 있어서 나를 겁나게도 가슴 울렁거리게도 했다. 나는 타박타박 쉬지 않고 걸었다. 양손을 엄마와 할머니가 잡고 있었다. 엄마도 할머니도 머리에 커다란 임을 이고 있었다. 내 걸음걸이가 지쳐 보일 때면 엄마와 할머니는 서로 눈을 맞추고는 양쪽에서 내 겨드랑..

한국단편문학 2025.09.14

겨울의 환(幻) - 김채원 -

겨울의 환(幻) - 밥상을 차리는 여인 - 김채원 - 1 언젠가 당신은 제게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을 한 번 써 보라고 말하셨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지나쳐 들었습니다, 라기보다 글이라고는 편지와 일기 정도밖에 써보지 못한 제가 어떻게 그런 것을 쓸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저는 감정의 훈련도, 또한 그 감정을 끌어내어 표현하는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그때부터 죽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에 대해서 분명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그 말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어떤 매혹을 느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그 말에서 스스로를 여자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얘기..

한국단편문학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