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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여탐정(斷髮女探偵)- 차상찬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단발 여탐정(斷髮 女探偵) - 차상찬 - 광해군(光海君) 십오년 계해 서기 일천육백이십삼년 삼월십오일 (十五年 癸亥, 西紀 一六二三年 三月十五日)밤에 청천벽력 같이 일어난 인조반정(仁祖反正)의 정변은 그 전날에 (前日[전일]) 세조(世祖)가 단종(端宗)을 쫓아내고 자기가 왕위(王位)에 들어서던 소위 세조반정(世祖反正)과 또 중종(中宗)이 연산군(燕山君)을 몰아내고 대신 임금이 되던 중종반정(中宗反正)과 아울러서 이씨 조선역사상(李氏朝鮮歷史上) 삼대정변으로 큰 정변들이었다. 그 반정운동(反正運動)에 표면(表面)에 나서서 온갖 음모(陰謀)와 활약을 다 하던 사람들은 물론 당시 서인파(西人派)의 김류(金瑬), 최명길(崔鳴吉), 이귀(李貴), 김자점(金自點), 신경진(申景鎭), 이..

한국단편문학 2023.11.24

논 이야기 - 채만식-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논 이야기 - 채만식 - 일인들이 토지와 그 밖에 온갖 재산을 죄다 그대로 내어놓고, 보따리 하나에 몸만 쫓기어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한생원은 어깨가 우쭐하였다. “거 보슈 송생원, 인전들, 내 생각 나시지?” 한생원은 허연 탑삭부리에 묻힌 쪼글쪼글한 얼굴이 위아래 다섯 대밖에 안 남은 누―런 이빨과 함께 흐물흐물 웃는다. “그러면 그렇지, 글쎄 놈들이 제아무리 영악하기로소니 논에다 네 귀탱이 말뚝 박구섬 인도깨비처럼, 어여차 어여차, 땅을 떠가지구 갈 재주야 있을 이치가 있나요?” 한생원은 참으로 일본이 항복을 하였고, 조선은 독립이 되었다는 그날―--- 팔월 십오일 적보다도 신이 나는 소식이었다. 자기가 한 말〔豫言〕이 꿈결같이도 이렇게 와 들어맞다니…… 그리고 자..

한국단편문학 2023.11.15

가난의 설움 -연성흠-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가난의 설움 - 연성흠 - 사직골 막바지 솟을대문 달린 큰 기와집 행랑방에서는 큰 야단이 일어났습니다. 땟국이 꾀죄죄 흐르는 행주치마를 앞에 두른 채 뒤축 달아빠진 고무신을 짝짝 끌면서 행랑어멈인 듯한 여인이 대문을 벼락 치듯 열고 뛰어 나오더니 “아이구 이를 어쩌나, 아이구 이를 어쩌나.” 하면서 어쩔 줄을 모르는 듯이 길 아래위로 허둥지둥 오르내리기만 할 뿐 입니다. “여보, 동선 어머니! 이게 웬일이요?” 그 아랫집 행랑방 들창문이 열리며 두 눈이 휘둥그레서 이같이 묻는 여인도 그 옷맵시로 보아 그 집 행랑어멈 같아 보였습니다. “개똥 어머니, 이 일을 어쩌면 좋소. 우리 동선이 녀석이 양잿물을 들이마셨구려.” 하고 동선 어머니라는 이는 눈물이 글썽글썽하는 눈으로 개똥..

한국단편문학 202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