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6

무진기행 - 김승옥 -

무진기행 - 김승옥 -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 앞으로 십킬로 남았군요." " 예, 한 삼십분 후에 도착할 겁니다." 그들은 농사 관계의 시찰원들인 듯했다. 아니 그렇지 않은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여튼 그들은 색 무늬 있는 반소매 셔츠를 입고 있었고 데드롱직의 바지를 입었고 지나쳐오는 마을과 들과 산에서 아마 농사 관계의 전문가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관찰을 했고 그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얘기하고 있었다. 광주에서 기차를 내려서 버스로 갈아탄 이래, 나는 그들..

한국단편문학 2025.04.28

떡 - 김유정 -

떡 - 김유정 -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은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즉 떡에게 먹힌 이야기렷다. 좀 황당한 소리인 듯싶으나 그 사람이라는 게 역시 황당한 존재라 하릴없다. 인제 겨우 일곱 살 난 계집애로 게다가 겨울이 왔건만 솜옷 하나 못 얻어입고 겹저고리 두렁이로 떨고 있는 옥이 말이다. 이것도 한 개의 완전한 사람으로 칠는지! 혹은 말는지! 그건 내가 알 배 아니다. 하여튼 그 애 아버지가 동리에서 제일 가난한 그리고 게으르기가 곰 같다는 바로 덕희다. 놈이 우습게도 꾸물거리고 엄동과 주림이 닥쳐와도 눈하나 끔벅 없는 신청부라 우리는 가끔 그 눈곱 낀 얼굴을 놀릴 수 있을..

한국단편문학 2025.04.22

돌의 미학(수필) - 조지훈 -

돌의 미학(수필) - 조지훈 - 돌의 맛ㅡ 그것도 낙목한천(落木寒天)22)의 이끼 마른 수석(瘦石)1)의 묘경을 모르고서는 동양의 진수를 얻었다 할 수가 없다. 옛사람들의 마당 귀에 작은 바위를 옮겨다 놓고 물을 주어 이끼를 앉히는 거라든가, 흰 화선지 위에 붓을 들어 아주 생략되고 추상된 기골이 늠연한 한 덩어리의 물체를 그려 놓고 이름하여 석수도(石壽圖)라고 바라보고 좋아하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흐뭇해진다. 무미한 속에서 최상의 미(味)를 맛보고, 적연부동(寂然不動)한 가운데서 뇌성벽력을 듣기도 하고, 눈 감고 줄 없는 거문고를 타는 마음이 모두 이 돌의 미학에 통해 있기 때문이다. 동양화, 더구나 수묵화의 정신..

한국단편문학 2025.04.17

도도한 생활 - 김애란 -

도도한 생활                                                    - 김애란 -   학원에서 처음 배운 것은 도를 짚는 법이었다. 첫 번째 음이니까, 첫 번째 손가락으로 도. 내가 건반을 누르자 , 도는 겨우 도- 하고 울었다. 나는 조금 전의 도를 기억하려 한 번 더 건반을 눌러 보았다. 도는 다시 당황한 듯 다시 도- 하고 소리 낸 뒤 제 이름이 지나가는 동선을 바라봤다. 나는 음하나가 깨끗하게 사라진 자리에 앉아, 새끼손가락을 세운 채 굳어 있었다. 녹색 코팅지가 발린 유리 벽 사이론 오후의 볕이 탁하게 들어왔고. 피아노와, 그것을 처음 만진 나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신중하게 고른 단어를 내뱉듯 작게, 중얼거렸다. 도.......   건반에 손을 얹는 법..

한국단편문학 2025.04.11

노다지 - 김유정 -

노다지                                  - 김유정 -   그믐 칠야 캄캄한 밤이었다. 하늘에 별은 깨알같이 총총 박혔다. 그 덕으로 솔숲 속은 간신히 희미하였다. 험한 산중에도 우중충하고 구석배기 외딴 곳이다. 버석만 하여도 가슴이 덜렁한다. 호랑이, 산골 호생원!   만귀는 잠잠하다. 가을은 이미 늦었다고 냉기는 모질다. 이슬을 품은 가랑잎은 바시락바시락 날아들며 얼굴을 축인다.   꽁보는 바랑을 모로 베고 풀 위에 꼬부리고 누웠다가 잠깐 깜박하였다. 다시 눈이 띄었을 적에는 몸서리가 몹시 나온다. 형은 맞은편에 그저 웅크리고 앉았는 모양이다.    "성님, 인저 시작해 볼라우!"    "아직 멀었네, 좀 춥더라도 참참이 해야지……."   어둠 속에서 그 음성만 우렁차게, 그..

한국단편문학 2025.04.06

산책길에서 만난 ...

2025,04,02 맑음   요즘 산책길은 시절에 맞추어 눈 닿는 곳마다 봄 풀꽃들과 나무꽃이 한창이다. 오가며 보는 꽃들이 생각보다 많다. 우선 꽃잔디(지면패랭이),빨간광대나물,노란민들레,하얀냉이,파란꽃마리,빨간살갈퀴,하얀목련,조팝나무,빨간동백,노란산수유,하얀벚꽃,영산홍...... 매화,노란영춘화는 벌써 졌고 백,자목련도 지는 중이며 벚꽃도 오늘부터 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내일부터 몇일간은 부는 바람에 벚꽃잎의 꽃비가 내릴것 같다. 산책길에 생각이 많아져 카메라 들고 산책길을 훑어본다. 이것 저것 담기는 했지만 그 중에 몇가지만 기록으로 올려본다. 벚꽃    동 백   삼색제비꽃 ( 팬지 )   이 곳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 ! 오늘도 탈 없는 하루 되시고 웃음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나들이 이야기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