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2

까마귀 -이태준-

까마귀                                                                          - 이 태 준 -  "호―" 새로 사온 것이라 등피에서는 아직 석유내도 나지 않는다. 닦을 것도 별로 없지만 전에 하던 버릇으로 그렇게 입김부터 불어 가지고 어스레해진 하늘에 비춰 보았다. 등피는 과민하게도 대뜸 뽀―얗게 흐려지고 만다.    "날이 꽤 차졌군……."   그는 등피를 닦으면서 아직 눈에 익지 않은 정원을 둘러보았다. 이끼 앉은 돌층계 밑에는 발이 묻히게 낙엽이 쌓여 있고 상나무, 전나무 같은 상록수를 빼어놓고는 단풍나무까지 이미 반나마 이울어 어떤 나무는 잎이라고 하나도 없이 설―멍하게 서 있다.    '무장해제를 당한 포로들처럼' 하는 생각을 하면서 ..

한국단편문학 2024.07.02

금수회의록 - 안국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 안국선 - 목 차 1. 서언(序言) 2. 개회 취지(開會趣旨) 3. 제1석, 반포의 효(反哺之孝 : 까마귀) 4. 제2석, 호가호위(狐假虎威 : 여우) 5. 제3석, 정와어해(井蛙語海 : 개구리) 6. 제4석, 구밀복검(口蜜腹劒 : 벌) 7. 제5석, 무장공자(無腸公子 : 게) 8. 제6석, 영영지극(營營之極 : 파리) 9. 제7석,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호랑이) 10. 제8석, 쌍거쌍래(雙去雙來 : 원앙) 11. 폐 회 1. 서언(序言) 머리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니 일월과 성신이 천추의 빛을 잃지 아니하고, 눈을 떠서 땅을 굽어보니 강해와 산악이 만고의 형상을 변치 아니하도다. 어느 봄에 꽃이 피지 아니하며, 어느 가을에 잎이 떨어지지 아니..

한국단편문학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