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6

독짓는 늙은이- 황순원 -

사진을 클릭해서 크고 선명하게 보세요.                                   독짓는 늙은이                                                                              - 황순원 - 이년! 이 백 번 쥑에두 쌀 년! 앓는 남편두 남편이디만, 어린 자식을 놔두구 그래 도망을 가?  것두 아들놈 같은 조수놈하구서----- 그래 지금 한창 나이란 말이디? 그렇다구 이년, 내가 아무리 늙구 병들었기루서니 거랑질이야 할 줄 아니? 이녀언! 하는데, 옆에 누웠던 어린 아들이, 아 바지, 아바지이! 하였으나 송 영감은 꿈 속에서 자기 품에 안은 아들이 아바지, 아바지이! 하고 부르는 것으로 알며. 오냐 데건 네 에미가 아니다!..

한국단편문학 2024.04.26

2024년 4월 14일 우리동네 풀밭

2024년 4월 14일 우리동네 풀밭 며칠전에 우연히 동네 아파트 풀밭을 지나다가 들현호색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다. 생각 해 보니, 지금 쯤은 피었을테고 이 시기엔 콩제비꽃도 볼 수 있는 때라 겸사겸사해서 카메라 들고 나섰다. 사진을 클릭해서 크고 선명하게 보세요. 생각대로 " 들현호색 "이 많이도 곱게 피어 있다. 사이사이에 꽃마리도 함께 피어 구색을 갖추었다. 주변에 핀 " 꽃마리 " 는 꽃 크기가 3~4 mm 정도라서 예쁜모습 담는데 한참이나 애를 먹었다. 풀밭엔 아는 아이들 얼굴이 여기저기 보인다. 우선 "봄맞이꽃" 부터 순서대로 올려 본다. 이 아이는 뿌리에서 나온 줄기 하나에 우산형꽃차례를 이루는데, 무리지어 피어 하얀꽃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면 그모습이 그렇게 순수 할 수가 없다. " 벼룩나물..

2024년 3월 27일 용추계곡 답사 3

2024년 3월 27일 용추계곡 답사 3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지난주에 갓 올라온 깽깽이풀이 눈에 선해서 다시 찾은 용추계곡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어떤 아주머니가 쪼그리고 앉아서 무언가를 찍고 있다.   "으~응 연복초 군요" " 연복초를 아시네요 " 복수초 다음으로 연달아서 복을 준다는 의미를 담아 연복초라 합니다.  삿갓나물은 얼마나 컷는지 비탈을 올라가 본다. 지난주와 별 차이가 없다. 털고 일어서려는데 눈에 익은 모습이 보인다. 시집갈 때 머리에 쓰고가는 그 고운 족두리. 족두리풀이다. 한약명은 "세신" 이라고 해서 훌륭한 약재로 쓰인다. 꽃은 땅바닥에 붙어서 피는데, 위에서는 보이지 않고 큰절을 해야 볼수있다.   그래서 족두리풀의 수정은, 날아다니는 곤충이 아니고 ..

금수회의록 - 안국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 안국선 - 목 차 1. 서언(序言) 2. 개회 취지(開會趣旨) 3. 제1석, 반포의 효(反哺之孝 : 까마귀) 4. 제2석, 호가호위(狐假虎威 : 여우) 5. 제3석, 정와어해(井蛙語海 : 개구리) 6. 제4석, 구밀복검(口蜜腹劒 : 벌) 7. 제5석, 무장공자(無腸公子 : 게) 8. 제6석, 영영지극(營營之極 : 파리) 9. 제7석,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호랑이) 10. 제8석, 쌍거쌍래(雙去雙來 : 원앙) 11. 폐 회 1. 서언(序言) 머리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니 일월과 성신이 천추의 빛을 잃지 아니하고, 눈을 떠서 땅을 굽어보니 강해와 산악이 만고의 형상을 변치 아니하도다. 어느 봄에 꽃이 피지 아니하며, 어느 가을에 잎이 떨어지지 아니..

한국단편문학 2024.04.16

금당벽화 - 정한숙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금 당 벽 화 - 정한숙 - 목탁(木鐸)소리가 비늘진 금빛 낙조(落照) 속에 여운(餘韻)을 끌며 울창한 수림을 헤치고 기복(起伏)진 구릉(丘陵) 밑으로 흐르고 있다. 무성한 숲과 숲 사이에 스며드는 습기에 오늘도 돌바위의 이끼는 어제련 듯 푸르고, 암과 수가 짝지어 어르는 사슴의 울음은, 남국적인 정서로 이국의 향수를 돕는 듯하다. 담징(曇徵)은 바위에 앉은 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서녘 하늘은 젖빛 구름 속에 붉은 빛을 금긋는가 하면, 자줏빛 구름이 솟구쳐 흐르고, 그것이 퍼져, 다시 푸른 바탕으로 변하면 하늘은 자기 재주에 겨워 회색 빛으로 아련히 어두워 간다. 돌바위에 기대앉은 담징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서녘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그의 동광(瞳光)은 하늘빛을 닮은 ..

한국단편문학 2024.04.09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 박완서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 박완서 - 가끔 별난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고 싶은 충동 같은 것 말이다. 마음속 깊이 잠재한 환호에의 갈망 같은 게 이런 충동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샌 좀처럼 이런 갈망을 풀 기회가 없다. 환호가 아니라도 좋으니 속이 후련하게 박장 대소라도 할 기회나마 거의 없다. 의례적인 미소 아니면 조소·냉소·고소가 고작이다. 이러다가 얼굴 모양까지 얄궂게 일그러질 것 같아 겁이 난다. 환호하고픈 갈망을 가장 속 시원하게 풀 수 있는 기회는 뭐니뭐니 해도 잘 싸우는 운동 경기를 볼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국제 경기에서 우리편이 이기는 걸 텔레비전을 통해서나마 볼 때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그러나 곰곰이..

한국단편문학 202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