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사 글씨 - 김용준 -어느 날 밤에 대산이 "깨끗한 그림이나 한 폭 걸었으면." 하기에 내 말이 "여보게, 그림보다 좋은 추사 글씨를 한 폭 구해 걸게." 했더니 대산은 눈에 불을 번쩍 켜더니 "추사 글씨는 싫여. 어느 사랑에 안 걸린 데 있나." 한다. 과연 위대한 건 추사의 글씨다. 쌀이며 나무 옷감 같은 생활 필수품 값이 올라가면 소위 서화니 골동이니 하는 사치품 값은 여지 없이 떨어지는 법인데 요새같이 서점에까지 고객이 딱 끊어졌다는 세월에도 추사 글씨의 값만은 한없이 올라간다. 추사 글씨는 확실히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필 추사의 글씨가 제가(諸家)의 법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