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파산 - 염상섭 - 1 어머니, 교장 또 오는군요. 학교가 파한 뒤라 갑자기 조용해진 상점 앞 길을, 열어 놓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고 등상(凳床)에 앉았던 정례가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다본다. 그렇지 않아도 돈 걱정에 팔려서 테이블 앞에 멀거니 앉았던 정례 모친도 저절로 양미간이 짜붓하여졌다. 점방 안에서 학교를 파해 가는 길에 공짜 만화를 보느라고 아이들이 저편 구석 진열대에 옹기종기 몰려섰다가, 교장이라는 말에 귀 번쩍하였는지 조그만 얼굴들을 쳐든다. 그러나, 모시 두루마기 자락을 펄럭이며 우둥퉁한 중늙은이가 단장을 짚고 쑥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저희끼리 눈짓을 하고 킥킥 웃어버린다. 저희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