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 황석영 - 1 벌거숭이 붉은 언덕과 주택부지들이 펼쳐져 있고, 언덕 한가운데에 굴뜩만 흉물스레 높이 솟은 기와공장이 홀로 서 있었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기와공장의 굴뚝에서 솟은 불티가 어두운 하늘 속에서 차츰 선명하게 반짝였다. 언덕 아래로 빈터의 곳곳에 간이주택과 낮은 움막집들이 모여 있었다. 강씨는 리어카를 끌면서 화학공장의 뒷담 옆으로 해서 회색빛 폐수가 늘 괴어 있는 저지대를 지나갔다. 폐수 속에 높다란 쓰레깃더미가 군데군데 비춰 보였다. 그는 낡은 코르덴 당꼬바지에 러닝셔츠만 입고 뚫어진 밀짚모를 늘러썼다. 옷차림이야 넝마에서 골라 입은 탓이겠지만, 표정마저 가믐에 탄 시냇가의 돌 꼬락서니로 낡게 퇴색된 것 같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오십 대였으나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