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
김태우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다.
생일에는 미역국이지 답했다.
함께 먹는 것은 무엇이든지 좋다는 걸
그녀는 모르는 것 같다.
받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다.
백석의 시집이라고 답했다.
이 세상에서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당신이라는 걸 그녀는 모르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다.
손잡고 해변을 걷는것이라고 답했다.
함께라면 뭐든지 좋다는 걸
그녀는 모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참 바보 같다.
그러나 그렇게 물어주는 당신이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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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왔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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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답함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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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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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 부 "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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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부부
안중태
아내가 투덜댄다
요즘 도대체 간을 못 맞추겠다고
여보 육개장 맛 좀 봐요
여보 된장 맛 좀 봐요
허구 한날 맛 보라며
한술 떠 입속에 밀어 넣는다
여보 짜면 밥 한술 더 떠먹으면 되고
싱거우면 반찬 한번 더 집어 먹으면 되지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입맛도 다 변한데
내가 맛있게 다 먹어줄게
사랑이 조금 부족하면
인내를 더하고
인내가 부족한 듯하면
서로 배려하며 살자고
요즘 우리 부부 간을 맞추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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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밥
- 함민복 -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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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
서정주
신부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니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십 년인가 오십 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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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 고도
말 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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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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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 1
이민형
3월이 오면
바람꽃 보러 간다
버스 타고
택시 타고
두 발로 걸어
하얀얼굴
고운얼굴
활짝 웃는
그 모습 보러......
쑥국에 밥 한술 뜨고
나는 지금
바람꽃 보러 간다.
변산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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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 2
이민형
하늘 끝까지 부는 바람 따라
바람꽃 보러 갑니다.
마음은 벌써 다 갔는데
다리는 이제 시작입니다.
산 넘고 물 건너
너덜바위 지나서
그 어디에 있을 바람꽃 !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언질 한마디 없었지만
사는 곳이 거기라서
해마다 철 되면
이렇게 찾아 갑니다.
바람은 살랑
마음은 두~둥실
하늘 끝까지
부는 바람 따라
바람꽃 보러 갑니다.
만주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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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박 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살아간들
무엇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담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싶다는
보고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나는 골목길을 돌아서다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다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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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이민형
가덕도 에서 너를 못 만나고 돌아설 때
내 맘속엔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었지.
해 저물어 꽃잎을 반쯤 닫았을때,
네 얼굴에서 비치는 녹색이 담겨 있는
그 오묘한 노란 빛은,
"순수" 그 자체 !
말로는 같은 진노랑색인데
어찌 그리 고운 색인지,
그 어느 것도 흉내내기 힘든
"자연의 빛" 이었거늘......
머리속에 남은 네 이름과
눈앞에 어른 거리던 네 모습,
기다리는 그 일년 동안을
말은 해 무엇하리.......
소식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가 너를 만났을 때,
가파른 산비탈엔,
욱신 거리던 무릎이 없었고
쌕쌕 거리던 호흡이 없었다.
반가운 얼굴 !
귀하게 만나 맺은 인연 !
너와 똑 같은 이유로
때 되면 찿아가는 "깽깽이" 가 있었더니
너 또한,
그런 "복수초" 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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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제비꽃 "
이민형
오가는 구름에
해는 가리고
부는 바람에
주변은 어수선 한데
인적 없는 산능선길
한적한곳에
그래도
노~오란 네 얼굴은
환 하게 빛나는구나.
Golden Violet !!!
노랑제비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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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추 "
이민형
아침 저녁 찬바람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피어난
네가 있어
이 계절이 아름답고
네가 있어
낙엽 뒹구는
산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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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제비꽃"
이민형
비탈진 산길 가장자리에
제 한몸 뿌리 내리고
하얀얼굴 곱게 단장 하고는
작년가을
봄 되면 다시오마고 손 흔들며 떠난
강남 가신 내 님 !
언제쯤 만날수 있으려나.
가늘고 여린 꽃대, 길게 빼고
학수고대(鶴首苦待) 합니다.
오늘도 해는 서산으로 기우는데
보고싶은 임은
소식 없고
등 뒤로 오고가는 산객들만
무심하게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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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자식
김인육
고향집에서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셋, 치매 앓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보낸다
시설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료에도 도움이 돼요
1년도 못가 두 손 든 아내는
빛 좋은 개살구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서고
외며느리 병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
버럭 고함을 질러보긴 하였지만, 나 역시 별수 없어
끝내 어머니를 적소(適所)로 등 떠민다
애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나?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생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고려장이 별 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끼리 쓸리어
못죽고 사는 내 신세가 고려장이지
어머니의 정신 맑은 몇 가닥 말씀에,
폐부에 찔린 나는 병 든 개처럼 허정거리며
21세기 막된 고려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이 되어
퉤퉤, 돼먹지 못한 개살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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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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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한다는 것
열흘만 살다가 버리는 집이 누에고치 이고,
여섯 달만 살다가 버리는 집이 제비 집이고,
한해만 살다 가버리는 집이 까치집 이라고 합니다.
그 집을 지을 때 누에는 창자에서 실을 뽑아내고,
제비는 침을 뱉어 진흙과 반죽하여 만들고,
까치는 열심히 풀과 흙 나무가지 볏짚을 물어 오느라
입이 헐고 꼬리가 빠져도 지칠 줄을 몰랐고
완전한 소유란 어디에도 없다고 합니다.
잠시 이땅에서 사는 동안 자연속에서
그 자연을 잠시 빌려 쓰고
떠나는 까치와 제비 같은 존재들 입니다.
좀처럼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고
늘 없는 것만 생각 합니다.
이것이 소유욕이며 탐욕 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해야 할 것은 물질이 아니고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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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렁 더우렁
- 卍海 한용운 -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 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살다 갈 소풍길
원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빈말 안되게...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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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박철영
세상사를 말할 때는
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
홀로 꽃 피다 지고 맺힌
늙은 호박덩이 일지라도
긴 여름을 허투루 살지
않았네
삼복 지나 처서 넘은
입동까지도 지칠 줄
몰랐을 저 불 같은 성정
초겨울 서릿발 돋친
논두렁에서
넝쿨까지 마른 너를 거둬
두 동강을 낸 뒤에야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 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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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행복 붕어빵
평보
길모퉁이 철거덕 철거덕
붕어빵 돌아가는 소리
추위를 녹이는 화덕 위로
인정이 피어나는 붕어가
태어난다
종이봉투에 담아 건네는
아낙의 손이 두텁다
천원에 세마리
외투속에 넣으니 가슴이
따듯하다
천원의 사랑을 건네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를
보며 1억원의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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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1
이민형
시절이 장마철 이요.
때가 한밤중이라 하늘이 까만데
시퍼런 도깨비불이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버번쩍.
도깨비의 아우성은
우르르ㅡ 쾅쾅, 우르르ㅡ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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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2
이민형
새벽에 도깨비 노는 소리에
잠이 깼지요.
어찌나 잘들 노는지
같이 놀았어요.
저희끼리 들고 뛰며 치고받고 할 때마다
파란 불이 번쩍번쩍
쾅 ~ 콰광 우르르르르르 ~~~
파란 불 까만 하늘
쾅 ~ 콰광 우르르르르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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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받고 싶은 상
무덕초등학교 6학년 1반 이슬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섞인 투정에도
어김없이 차려지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
하루에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받아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해도 되는
그런 상
그 때는 왜 몰랐을까?
그 때는 왜 못 보았을까?
그 상을 내시던
주름진 엄마의 손을
그 때는 왜 잡아주지 못했을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을까
그 동안 숨겨놨던 말
이제는 받지 못할 상
앞에 앉아 홀로 되내어 봅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웠어요.”
“엄마, 편히 쉬세요.”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상
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제 제가 엄마에게
상을 차려 드릴게요.
엄마가 좋아했던
반찬들로만
한 가득 담을게요.
하지만 아직도 그리운
엄마의 밥상
이제 다시 못 받을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울 엄마 얼굴 (상)
주인공은 전북 부안여중 신입생으로 진학한 이슬(13) 양.
전라북도교육청이 주최한 2016년 글쓰기 "너도나도 공모 전"에서
동시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우덕초등학교 6학년 1반 이슬학생이다.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 하며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쓴 한 편의 시가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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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괴불주머니 "
정상(頂上)에서 계단으로
급하게 내리 꼿으며
내려와 이어진
계곡사이의 임도(林道)
골이 깊어 아직도 해질녁은 멀었는데
벌써 그늘이 지어 한산한 길
그 길,
꺽어지는 곳,
바깥쪽 바위 틈에 터를 잡고
제가 할수있는 온 힘과 정성을 다해
곱게 자라난
" 산괴불주머니 "
혼자 가는 길
혼자 오는 길
둘이 함께 하는 길에,
그 고운 자태 다소곳이 가다듬고
오는 이,
가는 이를,
밝고 맑은
환한 미소로 반긴다.
지난 겨울,
서슬퍼런 서릿발이 할퀴고
꽝꽝 얼어붙는 동장군이 설치고
칼바람이 그렇게 불었는데도,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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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
산다는 건, 참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게 좆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백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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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 낭 화 錦囊花 >
봄 따라 꽃이 피는지...
꽃 따라 봄이 오는지...
봄을 따라 나온 여인네 속 마음을
주머니마다 하나씩 가득 채우며
줄기따라 피어나는
며느리주머니 !!!
욕심이 많아
한 없이 나올것만 같아도
빨간주머니에 담긴
고~운 속마음이 무거워
고개를 숙이는...
그래서 꽃말은
"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 입니다.
화사한 몸짓은 아니더라도
늘어진 가지 따라
부는 바람에 살랑이는 그 모습이
보는 이의 가슴을
같이 흔들어줍니다.
생긴 모습이 비단주머니 같다 해서
비단 금(錦),
주머니 낭(囊)
금낭화 <錦囊花>라 했답니다.
우리말은 " 며느리주머니 " 입니다.
- 이민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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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잡으세요 "
토끼를 잡을땐 귀를 잡아야 하고
닭을 잡을 땐 날개를 잡아야 하고
고양이를 잡을땐 목덜미를 잡으면 되지만
사람은 어디를 잡아야 하나요?
멱살을 잡히면 싸움이 나고
손은 잡히면 뿌리 치지요.
그럼 어디를?
마음을 잡으세요...ㅎㅎㅎ
마음을 잡으면 평생 떠나지?않는다네요.
가까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잡도록 노력 합시다.
마음과 마음
내 마음이 날카로운 칼이라면
상대방은 철판으로 방어를 할 테고
내 마음이 날아가는 화살이라면
상대방은 방패로 응수 할 겁니다
내 마음이 햇살처럼 부드러우면
상대방은 가슴을 열고 햇볕을 쪼이겠지만
내 마음이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이라면
상대방은 추워서 마음의 문을 꽁꽁 닫을 겁니다
내 마음 쓰기에 따라
상대방은 마음을 조절하며
내 마음의 온도에 따라
상대방도 온도를 맞춥니다
내가 이웃으로 보내는 떡이 커야
그 이웃도 떡을 담을 수 있는 접시를
큰 것으로 준비 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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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솜나물 "
이른 봄
양지쪽에 터를 잡고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무서워
솜털로 온몸을 뒤덮고는,
땅바닥에 바짝 붙어,
작은 하얀얼굴을 보이는
" 솜나물 "
올해도 곱게 피어
문안 인사 올립니다.
" 안녕 하세요 ? "
" 반갑습니다. !!! "
- 이민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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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레지 "
오전에 있던 해가
오후가 되니 즈그집에
가버렸고
바람마저 쌀쌀한데,
생각했던 얼레지는 못 보았으니....
휴~우 ! 내려갈까 !
아니야, 계곡으로 둘러서
군락지를 한번 가보자.
그래, 그게 좋겠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짜~안 !
계곡에서 어렵게 만난 이 아이.
,
,
그런데, 참 !
이 말을 해야 하나...... ?
얼레지의 꽃말은
" 바람난 여인 " 입니다.
다른 애들은 날이 흐려
아직 인데,
혼자서만 치마들고
나 보란듯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오늘,
운 좋게 담은 " 얼레지 "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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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꽃으아리 "
4 월이 가기전에
활짝 핀 모습으로
5 월을 맞는 " 큰꽃으아리 "
그 커다란 얼굴로 손님맞이를 하는데도
누구하나 " 아는 체 " 가 없다.
세상 사는 일이 바쁘고 급하기 때문인가 ?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가
" 산길 " 하나면 그만이고
" 정상을 향하여 ! "
하나면 그만 인듯한 모습들이다.
길가에 핀 " 큰꽃으아리 "
" 한 두해 겪는 일도 아닌데..... " 생각에
그래도 웃는 얼굴로
모두를 반긴다.
작년 이 맘때도 그랫듯이.
- 이민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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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불주머니 "
색 헝겊을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그 속에 솜을 넣고
세 귀퉁이에는 꽃술을 달아.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서,
" 삼재(三災) " 를 막아준다는 의미를 담아
어린아이 선물로
주머니 끈 끝에 달아 주었던,
세모 모양의 조그만 노리개 !
" 괴불주머니 "
노오랗게 핀 고운 얼굴이
오늘따라 더 곱게 보이는 건
" 괴불 " 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 일 것입니다.
- 이민형 -
*** " 괴불 "
명사, 어린아이가 주머니 끈 끝에 차는 세모 모양의 조그만 노리개.
색 헝겊을 귀나게 접어서 그 속에 솜을 통통하게 넣고 수를 놓아 색 끈을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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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깽깽이풀 "
일년을 기다려 오른 깽깽이풀 답사.
오늘 올라가 상황을 보고
뒷날 다시 올라가던가........?
멋진 아이 만나서 오늘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데 ......!!!
그럼 내일은 진달래 축제를 부담없이 가는거고.
쉬엄 쉬엄 이생각 저생각으로 산을 오른다.
얼레지,연복초,중의무릇,고깔제비,호제비,옥녀꽃대,큰구슬붕이,현호색.....
한참 올라오는 갖가지 꽃들이 방끗 웃음으로 반겨준다.
" 모두들 안녕 !!! "
소나무 아래서 점심을 해결하고 깽깽이를 찾는다.
많은 아이들은 아니지만 제법 여기저기 올라와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나를 반기는것 같다.
" 잘들 있었구나 !!!
올해도 내가 너희들 보러 이렇게 왔단다.
예쁘게 담아줄께"
바람 불어도 흔들리기 없기다. 알았지 !!! "
길가에 오는 산객, 가는 산객들에게
인사 나누며 카메라를 잡는다.
- 이민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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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비장이 "
파란하늘을 따라
가을이 왔습니다.
쌀쌀한 바람타고
으악새 '사라락' '사라락'
속삭이는 산능선위로
가을이 왔습니다.
산지기 아저씨
" 산비장이 " 가
가을 맞이를 합니다.
,
,
,
낙엽,
단풍,
자 ! 모두 함께 가실까요 ?
가을맞이 하러.
- 이민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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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를 정리 하면서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정리를 하면 좀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있어야 진도가 보이는데
이 아이는 차~암 힘드네....
제비꽃하면 보라색 !
보라색하면 고운색 !
기본 생각 아닌가 ?
그런데 얘는 얼굴이 흰색이라,
참 ! 정리가 안돼요, 정리가........
해 놓고 보면 아닌거 같고,
지우고 다시 해보면 또 아닌거 같고,
이젠 나 한테도 세월이 왔나 ?
왜 이러지 ?
가끔 귀찮은적은 있었어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폼나게 쭉~ 뻗은
" 졸방제비꽃 " 을 만나서
담을 때도 무릎이 아프게 애를 먹이더니
정리를 하면서도 애를 먹이네. *********
우리동네 앞산 산길을 따라가며
무더기로,
떼거지로,
줄줄이 모여사는
" 졸방제비꽃 " 입니다.
키가 40 cm 정도로 크고
피는 시기도 제비꽃중 늦게 피는 아이입니다.
올해도 때 맞추어 얼굴 보이는걸 보면
매년 보태주는거 하나 없는데도
살림살이는 괜찮은것 같습니다.
내년에 또 볼 수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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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편지 1
입춘이 지나고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
주변엔 매화가 활짝이며 동백이 환하게 웃고 있지.
마산 내서읍 소노골에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이
노랗고,빨간, 하얀얼굴들을 보인다고
이미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게으른 이 처사는
눈만 멀뚱멀둥 세월만 죽이고 있네.
버스타고, 택시타고 발품을 보태어
그 얼굴들을 보러 가야 하는데
이리 앉아서 생각만 하고 있으니.
숫자로 꽊 채워진 달력속의 시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만 가고
쫒아가는 난, 자꾸 지쳐만 가는것 같아 !
코로나 핑계로 한,두번 미루어 버릇 하더니......
그게 병 이었을까 ???
글쎄 ! 모르겠어.
아무튼 나갈 준비는 다 해 놨는데......
카톡편지 2
해마다 같은장소에서 보는 얼굴들이라
처음처럼 뭉클하게 들어오던 감정이
이제는 오랫동안
매일 보던 각인된 창밖의 모습처럼
그냥 저냥 느끼는데
그래도 하던 짓이라고
때 되면 안테나 타고 들어오는 소식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
(가 봐야 눈에 익은 모습에 신선함도 떨어지고 해서)
좁은 속마음이 작은 번뇌로 끌탕을 하게된다.
으이그 ! 그래도 갔다 오는게
나중에 후회가 없지 !
그래 ! 갔다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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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을 펴면 인상이 좋아지고,
허리를 펴면 일상이 좋아지고,
마음을 펴면 인생이 좋아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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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야 하는데 , 마음에 들어 큰 일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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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신 손님
모두 모두 행복하고 아프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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