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만세전(萬歲前) - 하 - - 염상섭 - 6 기차가 김천역에 도착하니까, 지금쯤은 으레 서울집에 있으려니 하였던 형님이 금테모자에다 망토를 두르고 마중을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혹시 아는 사람이나 있을까 하고 유리창 바깥을 내다보며 앉았던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나서 창을 올리고 인사를 하려니까, 형님은 웃으며 창 밑으로 가까이 오더니 어떻든 내리라고 재촉을 한다. 어찌할까 하고 잠깐 망설이다가 형님이 그 동안에 내려와서 있는 것을 보든지 웃는 낯을 보든지 병인이 그리 급하지는 않은 모양이기에, 나는 허둥지둥 짐을 수습하여 가방을 창 밖으로 내주고 내려왔다. 뒤미처서 양복쟁이 하나도 창황히 따라 내리었다. 형님은 짐을 들려 가지고 가려고 심부름꾼 아이까지 데리고 나왔었다.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