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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제(4 중 2)- 강경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인간문제 ( 4 중 2 ) - 강경애 - 신철이를 따라 몽금포에 내려가서 해수욕을 하고 올라온 옥점이는 오늘 아침차로 상경하겠다는 신철이를 만가지 권유로 겨우 붙들었다. 신철이는 옥점이보다도 덕호의 애써 말리는 데 못 이기는 체하고 떠나지 않았으나 실은 웬일인지 그렇게 쉽게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남의 집에 와서 하루 이틀도 아니요 거의 달지경이 되어 오니까 미안함에서 상경하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옥점이는 신철의 남성다운 체격을 웃음을 머금고 바라보았다. “우리 참외막에 가볼까요?” “글쎄요…… 우리 둘이만이 가는 것이 좀…….” 옥점이는 냉큼, “그럼 누구 또 말씀해 보세요?” 그의 속을 뚫고 보려는 듯한 옥점이의 강한 시선을 그는 약간 피하였다. “아버지든..

한국단편문학 2023.06.21

인간문제 (4 중 1) - 강경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 강경애 - 이 산등에 올라서면 용연 동네는 저렇게 뻔히 들여다볼 수가 있다. 저기 우뚝 솟은 저 양기와집이 바로 이 앞벌 농장 주인인 정덕호 집이며, 그 다음 이편으로 썩 나와서 양철집이 면역소며, 그 다음으로 같은 양철집이 주재소며, 그 주위를 싸고 컴컴히 돌아앉은 것이 모두 농가들이다. 그리고 그 아래 저 푸른 못이 원소(怨沼)라는 못인데, 이 못은 이 동네의 생명선이다. 이 못이 있길래 저 동네가 생겼으며, 저 앞벌이 개간된 것이다. 그리고 이 동네 개 짐승까지라도 이 물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못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무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네 농민들은 이러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 전설을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으며, 따..

한국단편문학 2023.06.12

약한 자의 슬픔 - 김동인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약한 자의 슬픔 - 김동인 - 1 가정교사 강 엘리자베트는 가르침을 끝낸 다음에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이제껏 쾌활한 아이들과 마주 유쾌히 지낸 그는 찜찜하고 갑갑한 자기 방에 돌아와서는 무한한 적막을 깨달았다. ‘오늘은 왜 이리 갑갑한고? 마음이 왜 이리 두근거리는고?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아 있는 것 같군. 어찌할꼬. 어디 갈까. 말까, 아. 혜숙이한테나 가보자. 이즈음 며칠 가보지도 못 하였는데.’ 그의 머리에 이 생각이 나자, 그는 갑자기 갑갑하던 것이 더 심하여지고 아무래도 혜숙이한테 가보여야 될 것같이 생각된다. “아무래도 가보여야겠다.” 그는 중얼거리고 외출의를 갈아입었다. ‘갈까? 그만둘까?’ 그는 생각이 정키 전에 문 밖에 나섰다. ..

한국단편문학 2023.06.01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 1 "뭐 어디 빈자리가 있어야지." K사장은 안락의자에 폭신 파묻힌 몸을 뒤로 벌떡 젖히며 하품을 하듯이 시원찮게 대답을 한다. 두팔을 쭉 내뻗고 기지개라도 한번 쓰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 눈치다. 이 K사장과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공손히 마주앉아 얼굴에는 '나는 선배인 선생님을 극히 존경하고 앙모합니다' 하는 비굴한 미소를 띠고 있는 구변 없는 구변을 다하여 직업 동냥의 구걸(求 乞) 문구를 기다랗게 늘어놓던 P…… P는 그러나 취직운동에 백전백패(百戰百敗)의 노졸(老卒)인지 라 K씨의 힘 아니 드는 한마디의 거절에도 새삼스럽게 실망도 아니한다. 대답이 그렇게 나왔으니 인제 더 졸라도 별수가 없는 것이지만 헛일삼아 한마디 더 해보는 것이다..

한국단편문학 2023.05.23

낙동강 - 조명희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낙동강 - 조명희 - 낙동강 칠백 리 길이길이 흐르는 물은 이곳에 이르러 곁가지 강물을 한몸에 뭉쳐서 바다로 향하여 나간다. 강을 따라 바둑판 같은 들이 바다를 향하여 아득하게 열려 있고 그 넓은 들 품안에는 무덤무덤의 마을이 여기저기 안겨 있다. 이 강과 이 들과 저기에 사는 인간―--- 강은 길이길이 흘렀으며, 인간도 길이길이 살아왔었다. 이 강과 이 인간, 지금 그는 서로 영원히 떨어지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인가? 봄마다 봄마다 불어 내리는 낙동강물 구포벌에 이르러 넘쳐넘쳐 흐르네― 흐르네― 에― 헤― 야. 철렁철렁 넘친 물 들로 벌로 퍼지면 만 목숨 만만 목숨의 젖이 된다네 젖이 된다네― 에― 헤― 야. 이 벌이 열리고― 이 강물이 흐를 제 그 시절부터 이 젖 먹고 자..

한국단편문학 2023.05.16

백화등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부는 바람에 싱그러운 향내로, 대문을 넘고, 담장을 넘어, 온동네를 헤집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람개비 같은 모습에 그 은은한 향내가 가슴을 열게하고, 다시한번 쳐다보게 합니다. 어느집 대문 위로, 담장위로, 축대를 타고 오르내리며, 4~5월이면 하얗게 피어 살랑살랑 순수한 몸짓을 보여주는 "백화등" 입니다. 여기 오신 손님, 오늘은 즐겁고 행복한 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야생화-단일 2023.05.04

만세전(萬歲前, 하 ) - 염상섭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만세전(萬歲前) - 하 - - 염상섭 - 6 기차가 김천역에 도착하니까, 지금쯤은 으레 서울집에 있으려니 하였던 형님이 금테모자에다 망토를 두르고 마중을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혹시 아는 사람이나 있을까 하고 유리창 바깥을 내다보며 앉았던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나서 창을 올리고 인사를 하려니까, 형님은 웃으며 창 밑으로 가까이 오더니 어떻든 내리라고 재촉을 한다. 어찌할까 하고 잠깐 망설이다가 형님이 그 동안에 내려와서 있는 것을 보든지 웃는 낯을 보든지 병인이 그리 급하지는 않은 모양이기에, 나는 허둥지둥 짐을 수습하여 가방을 창 밖으로 내주고 내려왔다. 뒤미처서 양복쟁이 하나도 창황히 따라 내리었다. 형님은 짐을 들려 가지고 가려고 심부름꾼 아이까지 데리고 나왔었다. 출구..

한국단편문학 2023.05.02

만세전(萬歲前, 상 ) - 염상섭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만세전(萬歲前) - 상 - - 염상섭 - 1 조선에 ‘만세’가 일어나던 전해 겨울이다. 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휴전조약이 성립되어서 세상은 비로소 번해진 듯싶고, 세계개조의 소리가 동양 천지에도 떠들썩한 때이다. 일본은 참전국이라 하여도 이번 전쟁 덕에 단단히 한밑천 잡아서, 소위 나리킨(成金), 나리킨 하고 졸부가 된 터이라, 전쟁이 끝났다고 별로 어깻바람이 날 일도 없지마는, 그래도 또 한몫 보겠다고 발버둥질을 치는 판이다. 동경 W대학 문과에 재학 중인 나는 때마침 반쯤이나 보던 연종시험(年終試驗)을 중도에 내던지고 급작스레 귀국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해 가을부터 해산 후더침으로 시름시름 앓던 아내가 위독하다는 급전(急電)을 받았기 때문..

한국단편문학 2023.04.24

치숙(痴叔) - 채만식 -

사진을 클릭 하시면 크고 선명하게 보십니다. 치숙(痴叔) - 채만식 -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키,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덕이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姑母夫) 그 양반……. 뭐, 말도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내 원! 신세 간데없지요. 자, 십 년 적공, 대학교까지 공부한 것 풀어 먹지도 못했지요.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냈지요, 신분에는 전과자(前科者)라는 붉은 도장 찍혔지요. 몸에는 몹쓸 병까지 들었지요. 이 신세를 해가지골랑은 굴속 같은 오두막집 단칸 셋방 구석에서 사시장철 밤이나 낮이나 눈 따악 감고 드러누웠군요. 재산이 어디 집터전인들 있을 턱이 있나요. 서발막대 내저어야 짚검불 하나..

한국단편문학 2023.04.17

혈의누(血─淚, 하 2/2) - 이인직 -

혈의누(血─淚, 하)                                                                                                - 이인직 -    "아씨 아씨, 작은아씨가 어디 갔읍니까?" "응 무엇이야, 나는 한잠에 내쳐 자고 이제야 깨었네.   옥련이가 어디로 가. 뒷간에 갔는지 불러 보게." "내가 지금 뒷간에 다녀오는 길이올시다.   안으로 걸었던 대문이 열렸으니, 밖으로 나간 것이올시다." 하는 소리에 옥련이가 들어갈 수 없어서    도로 돌쳐서서 갈 곳이 없는지라. 정한 마음 없이 정거장으로 나가니, 그때 일번(一番) 기차에 떠나려 하는 행인들이 정거장으로 모여드는지라. 옥련의 마음에 동경이나 가고 싶으나 동경까지 갈 기차표 살 ..

한국단편문학 2023.04.07

혈의누(血─淚, 상 1/2) - 이인직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혈의누(血─淚, 상)                                                                                 - 이인직 -    일청전쟁(日淸戰爭)의 총소리는 평양 일경이 떠나가는 듯하더니, 그 총소리가 그치매 사람의 자취는 끊어지고 산과 들에 비린 티끌뿐이라.   평양성의 모란봉에 떨어지는 저녁볕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저 햇빛을 붙들어 매고 싶은 마음에 붙들어 매지는 못하고, 숨이 턱에 닿은 듯이 갈팡질팡하는 한 부인이 나이 삼십이 될락 말락하고, 얼굴은 분을 따고 넣은 듯이 흰 얼굴이나 인정 없이 뜨겁게 내리쪼이는 가을볕에 얼굴이 익어서 선앵둣빛이 ..

한국단편문학 2023.03.30

용추계곡, 깽깽이풀

2023,03,20 용추계곡, 깽깽이풀 만주바람꽃이 피었다고 톡으로 전달 받은지가 일주일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가볼 요량으로 길을 나선다. 김밥 한줄에 물 한통, 장비 챙겨서 계곡에 다다르니 11시45분 이다. 입구 풀밭에, 파란 개불알풀꽃이 해를 받아 활짝 웃고 있다. 자세도 꼿꼿한 하얀 남산제비꽃, 파란 종달새 현호색이 그 옆에서 얼굴을 보인다. 사진을 클릭하여 큰사진으로 보세요. 계곡을 조금 오르니 애기괭이눈이 풍성하게 피어 있다. 때를 늦게 찾아서 그런지 생각했던 꽃들이 예상보다 더 많이 피어 있다. 산길을 따라 남산제비꽃이 줄지어 핀 모습이 보기에 좋아, 앞서 가는 산객을 연출하여 함께 담아 본다. 예상하고 나선 만주바람꽃을 보기 위해 산비탈을 타고 오른다. 올해는 꽃샘추위도 없었는데 벌써 다 ..

월사금(月謝金) - 강경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월사금(月謝金) - 강경애 - 어느 날 아침. 이천여 호나 되는 C읍에 다만 하나의 교육기관인 C보통학교 운동장에는 언제나 어린 학생들이 귀엽게 뛰놀고 있었다. 금년 열 살 나는 셋째는 아직 커텐도 걷지 않은 컴컴한 교실에 남아 있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난로에 불은 이글이글 타오른다. 그리고 난로 위에 놓인 주전자에서는 물 끓는 소리가 설설한다. 밖에서는 여전히 애들의 떠드는 소리 싸움하는 소리가 뚜렷이 들려온다. 마침 손뼉 치는 소리와 함께 “하하” 웃는 소리에 셋째는 얼핏 창문 켠으로 가서 커튼을 들쳤다. 눈허리가 시큼해졌다. 밖에는 함박꽃 같은 눈이 소리없이 푹푹 쏟아진다. 그리고 저켠 울타리로 돌아가며 심은 다방솔 포기며 아카시아 나무엔 꽃이 하얗게 송이송이 피었다..

한국단편문학 2023.03.22

어머니와 딸 (하 2/2) - 강경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어머니와 딸 (하)                                                                                  - 강경애 -  4. 세 친구   재일은 늦게 일어났다. 하여 세수도 하기 전에 원선의 하숙을 찾았다. 그는 새로 깐 다다미 위에 비스듬히 책상켠을 의지하여 책을 보고 있었다. 아침 산뜻한 햇빛에 그의 얼굴은 한층 더 윤택해 보였다.   “여보게, 벌써 책인가?”   그는 빙긋이 웃으며 아까보다도 줄을 빨리 타내려갔다.   “그만두게, 밤낮 책만 들고……”   책을 뺏으려 하였다. 그는 책 든 손을 물리며,   “마자 보아야겠네. 잠깐만 기다리게...

한국단편문학 2023.03.15

어머니와 딸 (상 1/2) - 강경애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어머니와 딸 (상)                                                                      - 강경애 -  1. 번민   부엌 뒷대문을 활짝 열고 나오는 옥의 얼굴은 푸석푸석하니 부었다. 그는 사면으로 기웃기웃하여 호미를 찾아들고 울바자 뒤로 돌아가며 기적거린 후 박, 호박, 강냉이 씨를 심는다. 그리고 가볍게 밟는다. 눈동이 따끈따끈하자 콧잔등에 땀이 방울방울 맺힌다. 누구인지 옆구리를 톡톡 친다. 휘끈 돌아보니 복술이가 꼬리를 치면 그에게로 달려든다. 까만눈을 껌벅이면서…… 옥은 호미를 던지고,   “복술이 왔니!”   복술의 잔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멍하니 뒷산을 올려다보았..

한국단편문학 2023.03.08

2023,02,28 변산바람꽃,복수초,노루귀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카톡편지 1 입춘이 지나고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 주변엔 매화가 활짝이며 동백이 환하게 웃고 있지. 마산 내서읍 소노골에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이 노랗고,빨간, 하얀얼굴들을 보인다고 이미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게으른 이 처사는 눈만 멀뚱멀뚱 세월만 죽이고 있네. 버스타고, 택시타고 발품을 보태어 그 얼굴들을 보러 가야 하는데 이리 앉아서 생각만 하고 있으니. 숫자로 꽊 채워진 달력속의 시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만 가고 쫒아가는 난 자꾸, 지쳐만 가는것 같아 ! 코로나 핑계로 한,두번 미루어 버릇 하더니...... 그게 병 이었을까 ??? 글쎄 ! 모르겠어. 아무튼 나갈 준비는 다 해 놨는데...... 언제까지 쫓아가야 되나? 그냥 흐름에 맡기고..

독백 - 이효석 -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독백 - 이효석 - 아침에 세수할 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버들잎새 한 잎 대야물 위에 떨어진 것을 움켜드니 물도 차거니와 누렇게 물든 버들잎의 싸늘한 감각! 가을이 전신에 흐름을 느끼자 뜰 저편의 여윈 화단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장승같이 민출한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 모르는 결에 가을이 짙었구나. 제비초와 애스터와 도라지꽃 ⎯ 하늘같이 차고 푸르다. 금어초, 카카리아, 샐비어의 붉은빛은 가을의 마지막 열정인가. 로탄제 ⎯ 종이꽃같이 꺼슬꺼슬하고 생명 없고 마치 맥이 끊어진 처녀의 살빛과도 같은 이 꽃이야말로 바로 가을의 상징이 아닐까. 반쯤 썩어져 버린 홍초와 글라디올러스, 양귀비의 썩은 육체와도 같은 지저분한 진홍빛 열정의 뒤꼴, 가을 화초로는 추접하고 부적당하다 ⎯..

한국단편문학 2023.02.22

태평천하 (太平天下) 하 3/3 - 채만식 -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 태평천하 (太平天下) " -- 하 --                                                                               - 채만식 -    11. 人間滯貨[인간체화]와 동시에 品不足[품부족] 問題[문제], 기타   시방 사랑에서는 일흔두 살 먹은(가칭 예순다섯 살 먹은) 증조할아버지가, 열다섯 살 먹은 애인과 더불어 그러처럼 구수우하니 연애 흥정이 얼려가고 있겠다요. 그리고 안에서는…… 경손이는 아까 안방에서 열다섯 살 동갑짜리 대부 태식이와 같이 싸우며 놀리며 저녁을 먹고 나서는 아랫목에 가 버얼떡 드러누워 딩굴고 있었읍니다. 다른 식구는 죄다 물러가고, 야속히 배짱 안 맞는 대고모 서울아씨와 지지..

한국단편문학 2023.02.15

태평천하 (太平天下) 중 2/3 - 채만식 -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태평천하 (太平天下)    -  중  -                                                                                         - 채만식 - 6. 觀 戰 記[관전기]   고씨는 그리하여 그처럼 오랫동안 생수절을 하고 살아오다가 마침내 단산(斷産)할 나이에 이르렀읍니다. 여자 아닌 여자로 변하는 때지요. 이때를 당하면 항용 의좋은 부부생활을 해오던 여자라도 히스테리라든지 하는 이상야릇한 병증이 생기는 수가 많답니다. 그런 걸 고씨로 말하면, 25년 청춘을 호올로 늙히다가, 이제 바야흐로 여자로서의 인생을 오늘..

한국단편문학 2023.02.08